한줄 詩

바람의 무덤 - 서상만

마루안 2020. 10. 21. 19:46

 

 

바람의 무덤 - 서상만


어디가 더 다정한
무풍지대일지 알 수 없지만
구름처럼 어리둥절 떠돌아도
이 세상은 참 행복했다
하기야, 갈 때는 또 다른
바람 따라갈 것 뻔하지만
어쩌랴 이 세상 저 세상이
다 바람의 무덤인걸
바람의 속내를 나무랄 수야
봄바람이 불거나
낙엽이 지거나 눈보라 쳐도
눈물 없이 꿈꿀 수 없는 무명
거기 심산 독채에 오래오래
소경처럼 살아도 좋으련만


*시집/ 월계동 풀/ 책만드는집

 

 

 

 

 

 

말인즉 - 서상만


그래서 말인즉
나, 맨주먹이라도
차라리 옛날로 돌아가고 싶어
새까만 세 살짜리 알몸뚱이로

그러나 내가 꼭
빗나간 삶을 살았다고는 생각치 않네
목숨 내놓고 버텨온 삶이지만
때 되면, 가지 말라 붙들어도
나는 떠나야 하리

오랜 날, 나를 길들인 그 바람이
어느 날 사정없이

나를 내동댕이칠 것이므로


 

 

# 서상만 시인은 1941년 경북 포항 호미곶 출생으로 성균관대 영문과와 고려대 경영대학원을 수학했다. 1982년 <한국문학> 신인상 당선으로 등단했다. 시집으로 <시간의 사금파리>, <그림자를 태우다>, <모래알로 울다>, <적소適所>, <백동나비>, <분월포>, <노을 밥상>, <사춘思春>, <늦귀>, <빗방울의 노래>, <월계동 풀> 등이 있다. 월간문학상. 최계락문학상. 포항문학상, 창릉문학상, 윤동주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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