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형철 시인이 두 번째 시집을 냈다. 2007년에 현대시학을 통해 등단한 후 13년 만에 겨우 두 권의 시집을 낸 셈이다. 작품 발표가 무척 더딘 편이다. 허나 등단만 하고 사라지는 시인들이 부지기수인 시단에서 그래도 이 시인은 다행스런 편이다.
시인의 첫 시집인 <고요가 아니다>를 읽으면서 한동안 이 시인에게 푹 빠졌다. 마음에 꽂히는 시집을 발견하면 해부하듯 반복해서 읽으며 파고 드는 편인데 이 시집이 그랬다. 눈으로 들어온 싯구가 가슴에 박혀 빠져 나가지 않았다. 그렇게 이 시인을 가슴에 담고 있었다.
두 번째 시집이 파란 출판사에서 나왔다. 희한하지. 신생 출판사에서 이렇게 좋은 시집이 연달아 나오고 인연이 닿는 것을 보면 일종의 행운이다. 이 시집도 단박에 내 마음을 사로 잡았다. 여전히 슬픔이 배긴 싯구에서 쓸쓸함이 묻어 나온다.
평론가처럼 밀도 있는 비평 능력이 되지 못하니 순전히 내 마음을 따라 갈 뿐이다. 첫 시집보다 훨씬 고급스러워졌다. 이 말은 평론가와는 가까워지고 일반 독자와는 멀어졌다는 말도 된다. 몇 편의 시는 단단히 마음을 먹지 않으면 마음에 담기 쉽지 않았다.
내가 외로움을 타는 체질이어서일까. 좋은 시를 만나면 그 시를 쓴 시인의 성향이 나와 비슷할 거라고 믿는 경향이 있다. 이것 저것에다 일방적으로 인연을 갖다 붙이며 동질감을 찾아 낸다. 나는 어떤 시인과도 일면식이 없기에 오직 시와의 인연이다.
내 주변엔 시 좋아 하는 사람보다 소문난 맛집을 찾아 불원천리를 마다 않거나 삼겹살에 소주를 마시며 음담패설을 즐기는 사람이 더 많다. 평생 시집 한 권 읽은 적 없고, 연극 한 편 본 적 없는 내 친구는 나보다 훨씬 잘 산다.
그것이 부럽지는 않지만 친구의 사는 방식을 존중한다. 남에게 아쉬운 소리를 할 정도의 궁핍함은 아니지만 나는 마음만은 부자로 사는 방식을 택했다. 이런 시집을 읽을 수 있는 건강한 눈이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 이 시집은 가을과 딱 어울린다.
전형철 시인의 탯자리는 정지용의 고향 충북 옥천이다. 정지용 생가를 찾아 딱 한 번 가 본 적 있는 이 작은 고장에서 좋은 시인이 여럿 나왔다. 강원도 접경 지역보다 더 보수적인 곳이지만 분명 시인을 내는 무슨 정기가 있는 모양이다.
시인은 두 권의 시집으로 온전히 내 마음에 자릴 잡았다. 내 방식의 시 읽기로 내린 결론이다. 난데 없는 코로나가 모든 일상을 바꿔 버린 시대에 이런 시집이 있어 얼마나 다행인가. 때론 시에서 묻어 나는 쓸쓸함이 삶의 에너지가 되기도 하는 법이다. 좋은 시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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