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가을 - 김남조
다시 가을입니다
긴 꼬리연이
공중에 연필 그림을 그립니다
아름다워서 고맙습니다
우리의 복입니다
가을엔 이별도 눈부십니다
연인들의 가슴앓이도
지금 세상에선 수려한 작품입니다
다시 만나려는 나의 축원도
가을이어서
진심이 한도에 닿았습니다
그간에 여러 번
가을이 다녀갔는데
또 가을이 수북하게 왔습니다
이래도 되는지요
빛 부시어 과분한 거 아닌지요
고맙습니다 고맙습니다
나의 복입니다
*시집/ 사람아, 사람아/ 문학수첩
노년의 날개 - 김남조
삐걱거리는 내 뼈는
몸 안의 자잘한 사슬이며
허허로운 모래밭에
내 순정의 파편들이 쌓이고
그 위에
질펀한 노을
애련하구나
늙는 일 서툴러서
깃털 줄어도 더 줄어도
날아오르려 애쓰는
내 노년의 날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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