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줄 冊

쇼핑은 투표보다 중요하다 - 강준만

마루안 2020. 9. 1. 19:32

 

 

 

지난 4월 총선을 앞두고 나온 책이다. 읽어야지 했다가 뒤로 미뤘는데 뭐든 그렇지만 책도 한 번 미루면 읽을 기회가 다시 오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며칠 전 알라딘 헌책방에 들렀다가 이 책을 발견했다. 반값도 안 되는 가격의 새책 같은 헌책이다.

 

이 책은 지난 4월에 나오자 마자 조선일보가 마치 특종처럼 책 소개를 대서특필해서 화제였다. 문재인 정부가 망하는 일이라면 뭐든지 하는 신문사가 조선일보다. 게다가 당시 총선도 며칠 안 남았겠다 얼씨구나 했을 것이다.

 

그것도 조선은 신문 1면에다 단독이라며 이 책을 소개했는데 이런 사례가 있었는가 싶다. 덕분에 이 책은 손 안 대고 코풀 듯 엄청난 광고 효과를 누렸다. 1면까지 할애해 서평을 한 조선일보 요지는 이렇다. 강준만 같은 진보 지식인도 문재인 정부를 비판하고 있다.

 

맞다. 강준만은 이 책에서 문재인 정부를 신랄하게 비판하고 있다. 그것도 아프게 비판한다. 정치인은 욕 먹을 맷집 없으면 자격 미달이다. 더구나 진영이 둘로 나뉜 한국 정치 지형에서 뭘 해도 반대 진영은 욕을 하게 마련이다. 

 

나도 문정부뿐 아니라 유시민을 비판하는 강준만의 지적이 불편했다. 그러나 이 책의 일부분이다. 전체 맥락을 보면 <정치적 소비자 운동>을 위한 하나의 장에 불과하다. 당연 강준만은 비판할 자격이 있고 독자는 나름 자기 방식으로 소화하면 그만이다.

 

그런데 조선일보는 이 책을 쓴 강준만의 전체 의도를 왜곡해서 문정부 까는 데 요긴한 딱 그 부분만 인용해 마치 지지층이 등을 돌린 것처럼 소개한 것이다. 그것도 단독이라며 1면에다,, 정치적으로 악용하는 질 나쁜 신문의 전형적인 수법이다.

 

요즘 의사들 파업으로 의료 공백 때문에 환자들이 고통 받고 있다. 그런데 왜 조선일보는 이 파업에 침묵하는가. 과거에 민노총이나 지하철 노조가 파업을 하면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시민을 불모로 잡고 자기들 주장을 관철시킨다고 지하철 노조를 비난했다.

 

강준만은 과거에 안티 조선을 외쳤던 조선일보의 눈엣가시였다. 조선일보는 책의 맨 앞부분에 배치한 사립유치원 비리사건이나 왜 언론은 가습기 살균제 사건을 외면하는가를 지적하는 부분은 외면할까. 불편해서? 강준만의 주장에 모두 동의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의 지적은 합당하다. 

 

그 장에서 강준만은 이런 글로 마무리한다. <기업, 정부, 정치권, 언론이 악행을 저지르거나 방관하는 상황에서 정치적 소비자 운동은 마지막 자구책일 수밖에 없다. 쇼핑은 투표보다 중요하다는 행동 강령을 철저히 실천하되 나도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역지사지의 수준까지 나아가야 한다>.

 

쇼핑이 투표보다 중요하다는 하나의 상징적 문구다. 강준만이 지은 제목이 아니라 외국에서 이미 썼던 문구다. 윤리적 소비자운동의 하나로 특정 제품을 사지 않거나 사 주는 것의 중요성을 말한다.

 

악덕 회사 제품을 거부하고 착한 기업 제품을 이용하면 기업은 소비자의 눈치를 보며 나쁜 짓을 하지 못하지 않겠는가. 정치 또한 마찬가지다. 정치 소비자들이 눈 부릅뜨고 감시할 때 정치인들은 눈치를 본다. 표를 먹고 사는 정치인의 숙명이다.

 

강준만은 책 뒷 부분에서 '따로 그러나 같이' 가자면서 이렇게 말한다. <전체가 10이라면 우리는 9개에 대해 거의 같은 의견을 갖고 있으면서도 단 하나의 차이 때문에 싸운다. 정치적 견해가 다른 사람들에 적대적이다. 온갖 비난과 욕설마저 불사하는 사람도 많다. 도대체 정치가 무엇이기에 사람들 사이를 갈라놓는 걸까>.

 

강준만은 왕성한 저술 활동가답게 많은 책을 썼다. 그의 책을 많이 읽은 것은 아니지만 그가 진보 지식인임을 인정한다. 이 책은 진보, 보수 모두가 불편할 내용으로 가득하다. 일부만 발췌해 자기 것으로 이용해봐야 누워 침뱉기다. 찔리면 찔린 대로 아프면 아픈 대로 받아 들이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