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줄 冊

우리는 가장 빠르고 확실하게 죽어가고 있다 - 건국대 인류세인문학단

마루안 2020. 8. 3. 19:12

 

 

 

언젠가부터 인류세라는 말이 통용되고 있다. 이 단어의 뜻을 인간이 지구에 살며 내는 세금으로 이해했다. 평소에 환경에 관심이 많은 편인데도 인류세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 이 책에서 다룬 인류세는 人類世다.

 

하긴 그동안 인류는 편리함만을 쫓느라 갖은 방법으로 지구를 빨아 먹은 세금을 치르고 있으니 人類稅라 해도 틀린 말은 아니다. 전대미문의 바이러스 코로나 19로 인해 일상 자체가 바뀐 것은 그동안 인류가 겪어왔던 수많은 질병과의 싸움이니 예외로 치자.

 

기후 변화로 인한 자연재해와 미세먼지로 겪는 고통은 제대로 치르고 있는 人類稅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비교적 싸게 치르고 있는 셈이다. 앞으로 겪을 고통(세금)이 더했으면 더 했지 덜 하지는 않을 것이다. 우주 법칙까지 가지 않아도 세상엔 공짜란 없다.

 

책 제목을 너무 생생하게 잘 지었다. <우리는 가장 빠르고 확실하게 죽어가고 있다>. 맞다. 문 앞을 나서면 주차장의 자동차로 출근할 수 있고 온갖 첨단 기계에 의지해 편리함을 누린다. 심지어 걷지 않아도 버튼 하나 누르면 30층까지 데려다 준다.

 

편리함에는 희생과 댓가가 따른다. 내가 먹은 쌀(밥)은 농부와 저임금 이주노동자의 땀으로 만들었고 내가 마신 커피는 저개발국 커피 농장의 노동자 눈물이다. 유기농이니 보양식이니 신선하고 몸에 좋은 것을 먹고 만들어 매일 누는 똥은 어디로 갈까.

 

변기 위에 앉아 버튼 하나 누르면 물에 휩쓸려 내려가는 변기 속의 똥은 우주로 사라지는 것이 아니다. 그 오물을 정화하기 위해 많은 에너지를 소비한다. 인간이 아무리 명품 옷에 비싼 향수를 뿌리며 교양 있고 우아한 척해도 오물(똥)을 담고 사는 생물에 불과하다.

 

인류가 지구에서 유일한 문명 생물이라 해도 지구는 인간이 전세 낸 행성이 아니다. 지구 나이는 45억 4000만 년이다. 그 기간을 24시간으로 놓고 보면 현 인류의 시기는 밤 11시 59분에 해당한다. 지금까지 지구는 다섯 번의 대멸종을 겪었다.

 

이제는 인간으로 인해 멸종으로 가고 있다. 인류세란 바로 먼 훗날 닭뼈와 방사선물질, 플라스틱이 발견되면서 지구에 인류가 살았던 흔적을 알아낸다는 시기다. 50억 년 가까이 멸종과 출현을 반복하면서 축적된 석탄과 석유를 마구 뽑아내 소비하고 있다.

 

육식을 위해 공장식 축산으로 소와 닭을 기르고 가축 사료를 위해 대량의 곡물을 생산해야 한다. 경작지를 만들기 위해 산림이 훼손되고 그 댓가로 엄청난 온실가스로 인해 지구는 고통 받고 있다. 그래도 지금은 지구가 재채기를 하는 정도다.

 

지구가 재채기만 해도 지진과 해일과 폭염, 산불 등으로 재난을 겪는데 고통을 견디다 못해 드러 눕는다면 속절 없이 멸망으로 간다. 이 책은 두 권으로 된 지구멸망 예방서다. 저자도 1권에 10명, 2권에 9명 등 여러 명이 전공 분야를 집중해서 다뤘다.

 

<지구를 구하는 사람은 슈퍼맨이 아니라 우리 자신이어야 함을 깨닫고 지구환경을 위해서 노력해야만 한다. 환경이란 죽고 사는 문제로 인식되어야 한다. 좋고 나쁨의 선택의 문제가 아니고 죽고 사는 생존의 문제로 각인되어야 한다. 누구든 지구환경을 위한 행동은 지구상에 살아남기 위한 절대절명의 삶의 원칙이 되어야 한다. 환경이란 무임승차할 수 없는 것이다. 누가 불편함을 감수하고 누구는 문명의 이기를 누릴 자격은 없다>.

 

<조금은 불편하고 손해보는 일일지라도 모두가 함께하는 공통분모라면 양보의 미덕이 있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 지구에서 살고 죽을 때, 인류세의 족적을 남기며 누구라도 실명제처럼 자신이 살았던 삶의 기록지를 남긴다면 우리는 우리 삶의 형태에 있어 책임을 가져야 한다. 이 지구에 태어나서 어떻게 지구를 위해서 선함을 행하고 유익한 사람이었는지, 그 기록지를 남기고 간다면 지금 우리가 잘 살고 있는지 되돌아 볼 수 있다>.

 

평소의 내 마음을 아주 명료하게 알려주는 문장이다. 지구는 늘 참고 견뎌왔지만 말로 경고하는 것이 아니라 행동으로 보인다. 지구는 인간만 살라고 있는 것이 아니다. 이제 겸손하게 지구의 목소리를 들을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