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줄 冊

하모니카를 찾아서 - 이강산 시집

마루안 2020. 6. 27. 19:28

 

 

 

평소에 관심을 갖고 있던 시인이었다. 신작 시집이 나온다는 소식에 반가움이 앞섰다. 천성이 게을러서 읽고 싶은 마음만 앞서지 서둘지를 않는 편인데 이번에는 단숨에 구입해서 읽었다. 역시 기다렸던 시집답게 마음 가는 시들이 가득하다.

이강산 시인은 시집 내는 주기가 많이 더딘 편이다. 등단한 지 7년 만에 첫 시집이 나오고는 10년이 지나서  두 번째 시집을 냈고 다시 10년 만에 세 번째 시집 <모항>을 냈다. 이번에 나온 네 번째 시집 <하모니카를 찾아서>가  6년 만에 나왔으니 많이 부지런해진 것이다.

시인은 1989년 실천문학으로 등단했다. 등단 30년이 훌쩍 넘었는데도 총 4권의 시집을 냈으니 과작인 셈이다. 시집 많이 내는 것이 능사는 아니더라도 작품 활동이 활발하지 않았던 것은 분명하다. 과작이어서일까. 그의 시는 완성도 뒤쳐지는 작품이 없고 꾸준하다.

시인은 고을 곳곳의 장터를 도는 톱 장수였던 아버지의 유전자를 물려 받았다. 이전 시집에서도 시인은 아버지의 분재盆栽였고 지극정성으로 당신에게 물밥을 떠먹여준 장돌뱅이 아버지의 흔적을 여러 곳에서 발견했는데 이번 시집도 마찬가지다.

어디까지가 사실이고 어느 부분이 시적인 표현인지 모르겠으나 과장 하지 않은 진정성이 느껴진다. 이 시집을 읽을 때 후기까지 쓸 생각은 없었다. 후기 쓰는 시집은 내 나름의 기준이 있다. 가장 큰 기준은 어떻게 하면 안 쓰고 넘어갈까다.

그러나 마음에 들어오는 시가 너무 많아 그냥 넘어갈 수가 없다. 가난한 여행자였던 나는 예전부터 여인숙이라는 간판에 무너졌다. 고단한 나그네의 다리를 쉬게 했던 여인숙이 이 시집에도 여럿 나온다. 시인에게 여인숙은 예술 활동의 화두다.

시뿐 아니라 여인숙을 소재로 한 사진 작업도 하고 있다. 그가 쓴 자전적 소설 <나비의 방>에도 여인숙을 카메라에 담기 위해 전국을 떠돈다. 시인의 화두인 여인숙의 쓸모가 지금은 여행자의 숙박보다 노동자의 저렴한 달방으로 요긴하다.

이런 공간마저 없다면 가난한 노동자들이 어디서 편안하게 다리를 뻗을 것인가. 그들에겐 여인숙이 래미안이고 푸르지오다. 시인은 오랜 기간 국어 선생을 했다. 전교조 활동도 했던 모양이다. 시 창작 활동이 활발하지 못한 이유도 교실에서 보낸 시간이 많았기 때문일 것이다.

소설도 썼고 사진가로 활동하고 있기에 그를 시인이라고 부르는 것이 다소 애매하다. 사진도 흑백 사진 위주다. 그의 흑백사진시집 <섬, 육지의>를 펼치면 시인의 고독한 발길을 오롯이 느낄 수 있다. 아름다운 풍경도 그의 사진은 우울함으로 변한다.

홀로 걸어야 당신을 만날 수 있다. 길 잘못 들어야 당신을 만날 수 있다. 사진 속에 시가 있고 시 속에 사진이 있다. 이제는 이강산 작가라 해야 맞겠다. 환갑을 넘긴 시인은 아직도 하고 싶은 것은 많아 인생이 너무 짧다. 곁에 두고 자주 읽고 싶은 시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