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줄 冊

예술인 복지에서 삶의 향유로 - 이범헌

마루안 2020. 6. 10. 19:35

 

 

 

난데 없는 코로나 사태로 일상이 완전히 바꼈다. 마스크를 쓰지 않은 사람은 물론이고 모르는 사람에 대한 경계가 심해졌다. 사람 많이 모이는 곳 자체를 꺼리다 보니 극장 나들이는 물론 미술관 안 간 지가 5개월쯤 되었다.

평소 여러 분야에 호기심이 많은 터라 유난히 활동량이 많은 편이다. 그 일상을 갑자기 멈추기가 쉽지 않다. 조금만 견디면 곧 예전으로 돌아가겠지 했으나 속절 없이 길어지고 있다. 국제선 비행기가 멈춰버린 일상을 생각이나 했겠는가.

설사 코로나가 종식 된다 해도 당분간 일상이 예전처럼 돌아가기는 쉽지 않을 듯싶다. 어쩌면 영영 돌아가지 못할 수도 있고 돌아가더라도 이 전염병을 계기로 사회 많은 부분에 변화가 있을 것이다. 일상이 변하면 문화도 변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 그런 생각을 했다. 그동안 참 행복한 일상을 누렸구나. 당연한 것으로 생각했던 것이 소중한 것이었음을 깨닫는다. 반갑게 만나 악수를 하고 헤어질 때 포옹을 할 때도 있었다. 모임에 나가 건배를 외치며 연대를 확인하기도 했다.

빼곡히 들어찬 경기장에서 환호를 보내며 응원도 했고 북적이는 식당에서 밥을 먹었다. 서점에서 긴 시간 머무르며 신간 탐색도 하고 미술관이 몰려 있는 지역을 돌며 그림 구경을 맘껏 했다. 지금 그런 일상에 제약을 받거나 아예 출입을 못하기도 한다.

영화는 그런대로 관객이 없는 이른 시각에 보기에 부담이 덜하다. 문제는 공연이다. 자주는 아니어도 한 달에 한 번 정도는 연극이나 연주회 같은 공연장을 갔으나 지금은 아예 공연 자체가 없다. 나 같은 관객은 그렇다치고 종사자들은 어떻겠는가.

예술 종사자들에게는 지금 생존이 걸린 문제다. 이 책이 더 눈에 들어온 이유이기도 하다. 이 책을 쓴 대한미술협회 회장 이범헌 선생은 평소에 예술인 복지 문제에 관심을 갖고 있었다. 공교롭게 책이 나오고 바로 코로나 사태가 터졌다.

안 그래도 예술가들이 최저 생활비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입으로 살아왔는데 코로나로 인해 더욱 힘들게 되었다. 어떤 철 없는 사람이 예술가는 배가 고파야 예술혼이 발휘되어 훌륭한 작품이 나온다고 했으나 절반만 맞는 얘기다.

가난 때문에 기초적인 창작마저 할 수 없는 작금의 현실이 안타깝다. 하긴 요즘의 예술 활동 자체가 가난하면 입문조차 할 수 없다. 소질이 있어도 가난한 집 아이 부모가 비싼 교습료에 피아노까지 살 여력이 되겠는가. 깊이 들어가면 이 책 자체를 부정할 정도로 복잡하다.

공연장 입장료는 또 왜 그리 비싼가. 아무리 헌법에 문화 향유권이 보장 된다고 하나 영화표 외에 연극 같은 공연장 표를 부담 없이 살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나부터 좋은 자리는 꿈도 못 꾸고 맨 뒷자리나 모서리에 있는 싼 표를 사서 본다.

그것도 부담스러워 자주는 못 본다. 나 같은 쫀쫀한 소비자는 그렇다치고 생산자인 예술가들의 삶의 안정되어야 좋은 예술을 생산하기에 기초적인 복지는 깔려 있어야 한다. 구호나 주장보다는 이재명 지사처럼 과감한 실행력이 필요한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