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줄 冊

사람을 옹호하라 - 류은숙

마루안 2020. 6. 12. 19:18

 

 

 

<심야인권식당>이라는 책이 있었다. 유튜브에서 먹방을 즐겨 보는 사람은 이 책이 맛집 순례기로 생각할지도 모르겠으나 인권운동가 류은숙이 자기 사무실 공부방에서 만난 사람 이야기다. 격식을 갖춘 인터뷰가 아닌 술과 밥을 놓고 나눈 터라 진솔한 대화를 할 수 있었다.

요즘 정의연 윤미향 씨 논란을 보듯이 활동가들은 자기 신념이 없으면 지속하기가 힘들다. 윤미향 씨 30년 동안의 활동을 언론은 한순간에 파렴치범으로 만들어 매도를 한다. 그 운동을 폄훼하며 한쪽은 이용당했다 한탄한다. 

가만히 뒀으면 잊혀졌을 무명 배우를 주연으로 발탁해 이름 알려줬더니 그동안 서운했던 것 차곡차곡 쌓아뒀다 자신을 이용했다며 감독을 매도하는 거나 진배 없다. 부부나 친구 사이에도 의견 충돌할 때마다 쌓인 미움 꼽자면 한이 없다.

그래서 나는 활동가들에게 박수를 보낸다. 무슨 부귀영화를 누릴 것도 아니고 갖은 비난 감수하면서 시민활동을 하는 힘도 기술의 일종이다. 견딜 수 없는 비난의 화살을 받으면서 버티는 것도 기술이다. 물러서면 지는 거다.

활동가는 오직 수도승처럼 살아야 하는가. 윤미향의 수요집회는 물론, 노동운동도, 환경운동도, 탈원전까지 밀려나면 지는 거다. 이 책은 인권활동가 류은숙의 인권 설명서다. 대상이 참 애매한 것이 인권이기도 하다. 그러면서 가장 개인의 삶과 밀접해 있다.

그러나 인권 하면 무슨 거창한 담론으로 받아들이기에 멀게 느껴지기도 한다. 여성, 장애인, 비정규직, 성소수자 등 인권이 자리를 비집고 들어가야 차별이 없어진다. 아니 없어지기는 힘들 테니 줄어든다고 해두자.

인류가 사회를 형성한 이후 세상살이에서 만인에게 공정한 적이 있었던가. 활동가든 혁명가든 그들이 흘린 피와 죽음 같은 희생이 있었기에 불공정이 조금씩 개선 되었다. 차별과 혐오를 박멸할 수는 없어도 줄일 수는 있다.

앞으로의 인권은 없는 것을 찾는 것이 아니라 있는 것을 지키는 것이다. 아닌 것을 아니라고 말 할 수 있는 사회, 누구에게나 소중한 인생이기에 사람답게 살 권리가 있다. 사람을 옹호하는 인권의 출발은 나를 사랑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