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줄 冊

아는 사람만 아는 배우 공상표의 필모그래프 - 김병운

마루안 2020. 6. 7. 19:05

 

 

 

지인 중에 연예계 동정을 쫙 꿰고 있는 사람이 있다. 술집이나 모임 자리에서 분위기가 가라앉거나 따분하다 싶으면 늘 그의 무대가 시작된다. 여배우 아무개는 무명 시절 남친과 동거를 했다는 둥, 요즘 뜨는 탈렌트의 흑역사를 설명하기도 한다.

남자 배우들의 게이설을 탐정처럼 말하기도 했다. 조폭 두목으로 나오기도 했던 액션 배우 아무개가 소문난 동성애자라든가. 누구와 누구는 서로 사귄단다. 에이 설마, 정말이야? 안 믿는 좌중을 향해 그는 열변을 토했다. 그쪽 판에서 아는 사람은 다 알아?

그의 연예 동정의 압권은 아무개 배우가 게이설을 잠재우기 위해 거짓 결혼을 했다는 거다. 상대 여배우 또한 그걸 알고 있단다. 이처럼 사람들은 자기 가족 소식보다 연예인들 일상을 더 궁금해 한다. 정치 쪽보다 연예계에 가짜뉴스가 더 많은 이유이기도 하다.

이 소설을 읽으면서 문득 지인의 연예계 동정이 생각났다. 엄마의 극성스런 원조로 일약 뜨는 배우가 된 공상표는 하루 아침에 게이설에 휩싸인다. 공상표의 본명은 강은성, 영화와 드라마로 대중의 사랑을 받는 그에게 가면은 너무 버거웠을까.

공상표의 엄마는 게이설을 잠재우기 위해 여배우를 섭외해 열애설을 조작한다. 저절로 뜬 연예인보다 만들어진 스타에 환호를 보내는 대중들도 허상을 쫓기는 마찬가지다. 옛 애인이었던 영화 감독의 죽음으로 자신을 찾는 공상표의 이력이 잔잔하게 펼쳐진다.

긴 제목을 가진 이 소설은 아주 속도감 있게 읽힌다. 특이한 소재에다 작가의 문장력에 실린 구성과 전개가 독자의 흥미를 자극한다. 소설은 말 그대로 지어낸 이야기다. 그럼에도 이 작가 혹시? 하는 호기심도 생길 만하다.


소설가는 물과 같은 사람이다. 병에 담으면 병 모양, 접시에 담기면 접시 모양이다. 잘 지어낸 이야기가 본인 이야기처럼 여겨졌다면 이 소설은 성공한 거다. 소설 잘 안 읽는 내가 없는 시간에 후기까지 남기다니,, 세상엔 재능 있는 사람이 많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