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줄 冊

거룩한 코미디 - 곽영신

마루안 2020. 5. 28. 21:25

 

 

 

책 출간 소식을 듣고부터 꼭 읽고 싶었던 책이다. 읽을 책 목록에 올려 놓고도 못 읽은 책이 어찌 이 책 뿐이랴만 요즘 코로나 정국에 맘 먹고 읽을 기회를 잡았다. 전대미문의 코로나 정국이 온 세상을 혼란에 빠뜨리고 있다.

 

살면서 생각해 본 적 없는 일이다. 처음엔 몇 달 고생하면 되겠지 했는데 언제까지 이 난리를 겪어야 할지 끝이 보이지 않는다. 이런 때일수록 조금씩 양보하고 불편을 감수하며 살면 언젠가는 벗어날 날이 올 것이라는 희망으로 산다.

 

지난 봄, 온 나라를 혼란에 빠뜨린 신천지 사태를 보면서 교회를 떠올렸다. 교회를 다니지 않기에 나는 어떤 교단이 정통이고 이단인지를 모른다. 이단이든 삼단이든 관심이 없다고 해야 맞겠다. 종교란 겉으로 보이는 건물보다 본인의 신앙심이 먼저라고 본다.

 

코로나 정국이 안정될 때까지만 대면 예배를 자제해 달라는 방역 당국의 호소에도 유독 기독교가 협력을 안 한다. 잠시만 교회를 안 가면 믿음이 흐려지기 때문일까. 이 책을 읽으면서 딱 떠오른 문장이 있다. 염불보다 잿밥이란 속담이다. 교회가 지향하는 낮은 곳과 가난한 자를 향한 사랑의 실천과는 거리가 너무 멀다.

 

이 책의 저자 곽영신은 기독교 계통의 기자였다. 그러다 꽁꽁 막힌 교회 언론에서 저널리스트의 한계를 느끼고 작가의 길로 들어선다. 그동안 봐 왔던 교회의 비리와 추태를 적나라하게 기술한다. 언론 보도에서 가끔 듣기는 했으나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흔이 종교는 사랑과 자비를 실천한다고 말한다. 그래서 신앙이라는 것도 선한 마음이 앞서야 생기는 것이다. 특히 이 책에 나오는 대형 교회의 부끄러운 민낯은 예수의 희생이 무색하리만치 추하다. 과연 종교란 무엇인가라는 회의감이 든다.

 

10대 후반에 잠시 교회를 다니다 그만 뒀다. 그때는 이런 회의감이 없었다. 단지 내가 성경에 나오는 거룩한 계시를 따르고 실천할 자신이 없었기에 교회 가는 것을 끊은 것뿐이다. 짧은 기간이었지만 작은 교회의 목사님 설교는 감동적일 때가 있었다.

 

기도를 하고 나면 가슴에 막힌 뭔가가 내려가는 느낌도 받았다. 하나님의 가르침을 실천할 믿음을 갖지 못한 것은 내 잘못이다. 그러나 이 책을 읽으면서 그때 내 신앙심이 단단해지기 전에 교회를 그만 둔 것은 잘 한 일이었다고 생각했다.

 

이 책은 여러 대형 교회의 비리를 다루고 있다. 고상한 척하며 사는 목사들의 행동이 세속의 양아치들과 전혀 다르지 않다. 교회가 덩치만 키울 뿐 믿음은 키우지 않았다는 것을 알게 한다. 오래 전 내가 잠시 다녔던 작은 교회가 그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