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줄 詩

풍선껌 - 이우근

마루안 2020. 6. 1. 22:21

 

 

풍선껌 - 이우근


감꽃 목걸이 만들었지만
정작 주지 못하고

솜사탕 몰래 사서
골목 끝에서 기다렸지만

풍선껌 씹으며 부풀리며
조마조마한 마음
하얗게 다독였지만

끝내 이루지 못한 박약(薄弱)의 일상

우리의 시대는 영영 오지 않고
타인의 삶에 더부살이 하면서

객관적으로 살아가는 날들
동그라미에 갇힌 나날들

하늘을 향해 날아오르지 못하는

폭발해도 즉시
강제소환 되는
질기고 연약한 우리들의 나날.


*시집/ 개떡 같아도 찰떡처럼/ 도서출판 선


 

 

 

 

낮달 - 이우근


그대, 떠돌이면서도 원주민인 사람
타인과의 경계가 그토록 마음에 걸렸을까
밤낮 없이 기웃거린 발걸음
나쁜 것을 먼저 배워 허무를 실천하는 사람
산에 가리고 강에 잠기면서
물음표 느낌표 다 깨물어먹고
맨발로
자기 속으로 숨는 사람
비겁함에 힘을 실어주고 웃는 사람
새털구름 잔주름 묻은 햇살을 녹인
소주 한 잔 마시고
그걸로 양치질하는 더러운 사람
보는 이 마음에 무혈입성하여 남긴 차가운 소인(消印)
그렇게 누구에게나 원죄는 있다고 다그치면서
살아가는 것이 곧 사죄이며 소멸의 시작임을 가만히 지적하는
무기질의 비웃음 폴폴 날리며 걷는 사람
하늘엔 문이 없다고 중얼거리면서도 문을 여는
마음이 예쁜 사람, 불치병이 없는 사람
그대 원주민이면서도 떠돌이인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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