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줄 映

이장 - 정승오

마루안 2020. 4. 30. 18:45

 

 

 

제목만 보고는 동네 일을 보는 이장을 말하는 줄 알았다. 영화 제목은 무덤을 옮겨 다시 장례를 치르는 移葬을 말한다. 제목처럼 영화는 다섯 남매가 돌아가신 아버지 무덤을 옮기는 과정에서 가족의 갈등과 화해를 다루고 있다.

 

고향 땅에 묻혀 있는 아버지의 이장을 위해 다섯 남매가 고향 큰아버지 집으로 떠난다. 딸 넷에 막내 아들 하나, 다섯 남매의 부모는 아들을 낳기 위해 딸 넷을 줄줄이 낳고도 아들 하나를 위해 모든 걸 희생했다. 당연 넷 딸은 천덕꾸러기로 자랐다.

 

큰아버지 또한 전형적인 가부장적 사고로 아들 없는 가족은 있으나 마나라고 여긴다. 가지 많은 나무 바람 잘 날 없다고 다섯 남매는 만나면 으르렁거리고 서로에게 상처를 주면서 티격태격한다. 게다가 생전의 부모님에게 금지옥엽이었던 아들은 소식도 없다.

 

막내 동생 찾기를 포기하고 딸 넷이 이장을 위해 큰아버지 댁에 모였다. 아들 없이 어떻게 장례를 치르냐면서 당장 남동생을 찾아 오라고 불호령이다. 그리고 장례란 땅에 묻혀 있어야 자식된 도리를 다하는 거라며 부친의 유골을 화장해서 수목장을 치르겠다는 조카들을 못마땅해 한다.

 

수소문 끝에 찾은 남동생은 반지하 방에 숨어 살고 있다. 여친을 임신 시키고 책임이 두려워 연락을 끊어버린 것이다. 과연 남동생을 찾아 아버지의 묘를 이장할 수 있을 것이며 큰아버지를 설득해서 유골을 화장해 수목장으로 모실 수 있을 것인가.

 

아버지 대신 고향을 지키는 큰아버지는 누구인가. 가족이란 무엇인가. 또 사랑이란 무엇인가. 영화 속 다섯 자매의 기구하고 어처구니 없는 갖자의 사연에 이 대답이 들어 있다. 참 잘 만든 독립 영화로 이런저런 생각을 골똘하게 하는 영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