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줄 映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 - 김용훈

마루안 2020. 5. 16. 21:24

 

 

 

호텔 사우나 남탕 옷장에서 거액이 든 가방이 발견된다. 이 돈을 발견한 사람은 사우나 탈의실에서 야근 근무를 하는 중년 남자다. 부모가 운영하던 횟집을 말아 먹고 아내와 맞벌이를 하며 재기를 위해 사투를 벌이고 있다.

 

이들이 가진 것이라곤 몸뚱이 뿐이라 남자는 사우나 직원으로 아내는 터미널 화장실 청소를 하면서 돈을 번다. 대학생인 딸은 학자금 대출을 받지 못해 휴학을 해야 하고 치매에 걸린 어머니까지 모셔야 한다. 출구가 보이지 않은 막막한 상황에서 난데없는 돈가방이라니,,

 

누가 두고 간 건지도 모르는 이 돈가방은 음침한 사연과 함께 얽히고 설킨 악연들로 연결 되어 있다. 영화에 나오는 사람들은 다 돈이 필요하다. 사채를 빌려 썼다 눈덩이처럼 불어난 빚 때문에 전전긍긍이다. 사채 업자는 목숨을 위협하며 빚을 독촉한다.

 

빚을 갚기 위해 술집에서 일하는 여자는 매일 남편에게 맞으며 산다. 견디다 못한 여자는 남편의 보험금을 노리고 술집 단골 손님에게 남편의 살해를 부탁한다. 그러나 죽었다는 남편이 버젓이 퇴근을 한다. 엉뚱한 사람을 죽인 것이다.

 

엉뚱한 사람을 죽였다는 죄책감에 시달리다 자수를 하겠다는 단골 손님은 술집 여자에게 살해를 당한다. 여자는 술집 사장에게 도움을 요청하고 사장은 기꺼이 여자를 돕는다. 여자가 남편의 보험금을 수령하자 술집 사장은 여자를 죽인다.

 

빚으로 맺어진 악연의 끈이 연쇄 죽음으로 연결 된다. 제목처럼 모두가 지푸라기도 잡고 싶은 짐승들이다. 영화 막판에 누가 사우나 옷장에 돈가방을 넣었는지 밝혀지고 정작 그 가방은 사우나 직원이 챙긴다. 그것으로 영화는 끝일까.

 

마지막 반전이 있다. 배신자를 배신한 댓가로 돈가방을 챙겨 옷장에 감춘 남자는 담배를 사러 나왔다가 허무하게 살해를 당한다. 돌고 돌아 돈 가방은 국제여객터미널 물품 보관함에 들어간다. 중국으로 튈려는 사람이다. 여기에 가방을 넣고 화장실에 간 사람 또한 살해를 당한다.

 

과연 이 돈의 최종 주인은 누가 될까. 영화를 보는 내내 악연의 고리가 얼마나 끈질기고 끊어내기 힘든지 알 수 있다. 돈이라는 것이 돌고 돈다지만 세상엔 공짜가 없다는 것, 평범한 사람들이 돈의 노예가 되어 몰락하는 과정을 생생하게 담은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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