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줄 詩

외로운 별은 너의 것이 아니다 - 김종해

마루안 2020. 5. 19. 18:34

 

 

외로운 별은 너의 것이 아니다 - 김종해

 

 

떨어지는 잎을 보며 슬퍼하지 마라

외로운 별 그 안에 와서

사람들마저

잠시 머물다 돌아가지 않더냐

봄 여름 가을 겨울

어느 것이든 사라져 가는 것을

탓하지 마라

아침이 오고 저녁 또한 사라져 가더라도

흘러가는 냇물에게 그러하듯

기꺼이 전별하라

잠시 머물다 돌아가는 사람들

네 마음속에

영원을 네 것인 양 붙들지 마라

사람 사는 곳의 아침이면 아침

저녁이면 저녁

그 빈 허공의 시간 속에서

잠시 안식하라

찰나 속에서 서로 사랑하라

외로운 별은 너의 것이 아니다

반짝 빛나는 그 허공의 시간을

네 것인 사랑으로 채우다 가라

 

 

*시집/ 늦저녁의 버스킹/ 문학세계사

 

 

 

 

 

 

떠남에 대하여 - 김종해

 

 

사람은 누구나 태어나는 순간부터

한 개의 해와 한 개의 달을

무상으로 배당받는다

살아가면서 한 번도 사용하지 못했던

대우주 속의 수많은 별들을

천체(天體) 속에 그대로 둔 채

사람은 일생의 약속을 지키며

이 땅을 떠난다

그대의 삶 속에서

한 개의 해와 달은 지금까지

어떤 모습으로 그대의 일생을 비추었던가

살아가며 누구나 느꼈던 슬픔과 기쁨

그대가 걸어온 발자취에 새겨져 있어

그대의 삶은 결코 외롭지 않았구나

잊지 마라

그대 혼자서 괴로워하며 꿈꾸던 날에도

밤은 찾아오고

아침이 또 문을 두드리지 않더냐

날마다 다른 모습으로 옷을 갈아입고

그대만을 위해 뜨고 지는

해와 달이 있으므로

그대여 삶은 진정으로 한번쯤은

누구를 사랑하다 떠날 만하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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