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케도니아 공화국 영화다. 아니 북마케도니아 공화국이라 해야 맞다. 작년에 정식으로 한국과도 외교 관계를 맺었는데 유엔 가입국 중에 쿠바, 시리아와 함께 한국이 수교하지 못한 3개국 중 하나였다. 국경을 맞대고 있는 그리스와의 국가 이름 분쟁이 오랜 기간 계속되다 작년에서야 두 나라 정상의 협정으로 국가명에 합의했다.
그러고 보면 우리가 일본, 북한과 그렇듯 어느 나라든 가까이 있는 국가끼리 분쟁과 갈등에서 자유로운 나라는 없는 듯하다. 친구와 마누라는 바꿀 수 있어도 이웃 나라는 바꿀 수 없다는 말이 딱 맞다. 유럽의 작은 나라 북마케도니아를 아는 사람이 몇이나 있을까. 한국과 북마케도니아는 서로에게 생소하다.
봉준호 감독이 그랬다. 영화는 세계 공통의 언어라고,, 1인치 자막만 넘으면 세계 어떤 영화와도 소통할 수 있다. 이 영화는 다큐멘터리다. 특별한 사건도 없이 마케도니아 외지고 척박한 마을에서 야생벌을 치며 사는 한 여자의 이야기다.
기생충과 함께 올해 아카데미 국제장편영화상 후보에 오른 작품이다. 곱사등에다 눈까지 보이지 않는 늙은 어머니와 함께 사는 <하티드>라는 50대 여성의 이야기다. 병든 어머니를 돌보기 위해 결혼도 하지 않고 늙어 가는 여자는 언제나 어머니뿐이다.
전통 방식의 야생 벌꿀을 따서 도시에 내다 팔아 어머니를 봉양한다. 높은 바위 틈에 붙은 벌꿀을 따기 위해 온전한 보호 장비도 없이 맨손으로 벌꿀을 따는 하티드의 생명력이 놀랍다. 벌꿀을 팔기 위해 벌꿀을 짊어지고 산 넘고 물 건너 먼 도시로 나가는 길은 얼마나 원시적이던가.
이빨이 없는 어머니는 죽이나 바나나를 먹어야 한다. 귀한 벌꿀을 팔아 바나나도 사고 소박한 생필품도 사서 돌아온다. 맛나게 바나나를 먹는 어머니를 보는 것으로 하티드는 행복하다. 어느 날 떠돌이 유목민 가족이 시끌벅적 이웃으로 들어온다.
다섯 아이와 부부, 일곱 명의 낯선 가족에게 친절하게 양봉 기술까지 가르쳐준 하티드는 곧 난감한 상황에 처한다. 벌꿀에 욕심을 부린 이웃은 수많은 벌통을 만들어 미처 차지도 않은 벌통을 열어 내다 판다. 굶주린 벌들은 하티드의 벌통을 습격해 벌들이 몽땅 죽고 만다.
시끌벅적 유목민 가족은 곧 다른 곳으로 떠나고 봄을 손꼽아 기다리던 어머니마저 세상을 떠난다. 혼자가 된 하티드는 봄이 되자 벌꿀을 찾아 더 먼 바위산으로 향한다. 바위 틈에서 딴 벌꿀로 애견과 함께 허기진 배를 채운 후 해지는 풍경을 바라보는 하티드의 눈에 눈물이 고인다.
혼자 남은 줄 알았는데 오래 함께 했던 강아지가 있다. 윙윙거리는 벌과 바람도 하티드의 친구다. 혼자가 아니라는 안도감일까. 모진 인생이지만 살아 있음이 이렇게 소중한 것임을 깨달았을 것이다. 황혼에 비친 눈물이 보석처럼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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