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줄 詩

마산 - 성윤석

마루안 2020. 4. 21. 22:38



마산 - 성윤석



사월 마산에서 황사를 맞는다 사막의 일국에서도
간자(間者)가 있었다면 귓속말이 이 모래에 섞였을까
사납지만 허무한 모래 장수라도 된 듯, 이제는
문장 속에서만 펼쳐볼 수 있는 사람들이 있다
이 항(港)에선 모두가 혁명에 실패한 사람처럼 말하는군
귀를 채우는 귓속말들이 물렁한 두부를 내어놓는
견고한 두부 공장 길로 쌓인다 너는 이 정도고
나는 이 정도임을 남쪽 썰물 곁에 와서야
뱉어놓는다 바다로 들어가는 말들, 바람의 낭인들이
봄꽃으로 쓰러지면
분석과 이해로는 어쩔 수 없는 먹먹함이
바다로 가고 바다가 뭍이 되려다
실패한 봉암 갯벌이 개조개의 살처럼
발끝에서 빠진다 이 항에선 모두가 혁명에 취한
사람처럼 말하는군
사월 마산에서 황사를 맞는다 같은 이야기를
가지고 있지만 다른 이야기를 하러 우리는 왔는데
혁명은 기차가 다니지 않는 철길을 내보였다
나는 기적 소리를 찾아보겠다



*시집, 2170년 12월 23일, 문학과지성








통영 - 성윤석



낡은 조직들과 싸우다 제거된 건달처럼
바다에 도착합니다 나는 모르지만 이곳
사람들은 바다의 방을 잘 압니다 나무는
산을 느끼죠 나도 이곳 사람들을 느낍니다
가진다는 느낌을 알고 싶어서
계속 살았던 것일까요
아름답다라는 말이 아름답다고 생각했던 걸까요
서로 말없이 앉아 한참을
바다만 볼 수 있는 사람을 그립니다
지금 저녁 바다는 해안선이 너무 낡아서 새로워진
청바지처럼 드러눕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