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줄 詩

내 심장 나의 아가 - 김남조

마루안 2020. 4. 18. 19:09



내 심장 나의 아가 - 김남조



가슴 위에 손을 얹는다

내 심장 나의 아가

너 거기 있지 맞지,

내 어머니가 나를 잉태했을 때

겨자씨보다 작은 나에게

영혼과 호흡이 와 있었다

이 말도 맞지,


사과 크기의

생명 피 주머니

너를 마음이라 부른다

마음 있어 내가 사람으로 살았다

한밤중 꿈속에서도

네가 함께 있었다

이 말 맞지,


바람 멈추듯

어느 때 내 숨결 그리되어도

말라서 바싹한 심장 안에

핏방울 몇몇 붉게 남으리라

이 말도 맞지 맞겠지,

내 심장 나의 아가



*시집, <사람아, 사람아>, 문학수첩








환한 세상 아기 - 김남조



깊은 산중에

벗 없는 어린 소녀가 살았다

할아버지 지금 캄캄하지?

그 아이가 눈 감고 말한다

지금은 환하지 맞지?

눈을 뜨고 말한다


그 아이는

숯 굽는 할아버지와

단둘이 살면서

눈 감으면 캄캄하고

눈 뜨면 환한 경치가

유일한 놀이였다


그 아이의 음성이 내게도 들려온다

아주머니 캄캄하지?

할머니 지금은 환하지?


아가야 네 말 맞다

할머니는 눈 뜨면 밝아서 좋고

눈 감으면 무섭단다






# 김남조 시인이 새 시집을 냈다. 1927년에 태어난 김남조 시인은 현재 시단의 대표적 원로 시인이다. 아마도 가장 연장자가 아닌가 싶다. 시인은 이것이 당신 생애 마지막 시집이라고 말한다. 사랑으로 충만한 인생을 관조하는 맑은 시심은 여전하다. 오래 건강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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