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줄 詩

꽃길 - 육근상

마루안 2020. 4. 18. 18:55

 

 

꽃길 - 육근상


시오 리 벚꽃길이다
저 꽃길 걸어 들어간 할머니는
벼룻길 활짝 피려 했던 것인데

아버지 손잡고 얼마나 멀리 갔을까
훌훌 버리고 얼마나 낯선 길 들어섰을까
걸어간 자리마다
벗어놓은 흰 옷들 가지런하다

할머니 들어간 자리
아버지 들어가 뿌리 내리고
꽃가지 마다 아이들 내어
달빛달빛 흔들리고 있다


*시집, 만개, 솔출판사

 

 

 

 

 

 

滿開 - 육근상


꽃놀이 갔던 아내가
한 아름 꽃바구니 들고
흐드러집니다

선생님한테 시집간
선숙이 년이
우리 애들은 안 입는 옷이라고
송이송이 싸준 원피스며 도꾸리
방 안 가득 펼쳐놓았습니다

엄마도 아빠도 없이
온종일 살구꽂으로 흩날린
곤한 잠 깨워
하나하나 입혀보면서

아이 예뻐라
아이 예뻐라


 

 

# 육근상 시인은 1960년 대전 출생으로 1991년 <삶의 문학>에 시를 발표하며 문단에 나왔다. 시집으로 <절창>, <만개>, <우술 필담>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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