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줄 詩

완벽한 당신 - 박두규

마루안 2020. 4. 9. 19:25



완벽한 당신 - 박두규



상황은 어떤 상황이라도 완벽하다.

오늘밤 떠들며 술 마시는 내가

내일 아침 졸지에 이승을 떠난다 해도

사실은 완벽한 상황인 거지.

꽃망울 주렁주렁 올라온 어느 봄날

느닷없는 눈사태가 설중매를 만들듯

그래, 그런 거지.

우연이라고 생각하지만 모두과 필연이고

세상살이가 이토록 처연하다 해도

사실은 완벽한 상황인 거지.

이 완벽한 나, 완벽한 현실을

늘 아니라고, 아니라고 불평하는 것도

사실은 완벽한 것이지.



*시집, 가여운 나를 위로하다, 모악








어느 봄날 - 박두규



온 천지 꽃 몸살에

망연자실한 어느 봄날


내밀하게 흘러오는 암향(暗香)과 함께

애욕의 봄이 지나가는 걸 본다.


아무리 생각해도 나는

너무 화려한 세상에 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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