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줄 詩

가끔은 이런 생각을 할 때가 있었다 - 서화성

마루안 2020. 2. 3. 22:21

 

 

가끔은 이런 생각을 할 때가 있었다 - 서화성

 

 

신신파스를 누르고 있었다

동공을 타고 허리 반대편에서

걷는다는 것이 힘든 적이 있었다

가끔은

미인다방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이런 생각에 하늘을 본 적이 있었다

첫사랑을 지우고 찾은 적이 있었다

하루가 지나고

하루가 지나가고

견우와 직녀를 생각하다가

잃어버린 나에게 전화를 한 적이 있었다

잘, 살고 있는 거지

불면증 때문만은 아니었어

열두 번째 악몽에 시달리고 있었다

가끔은 강을 건너고 있었다

가끔은 말이야,

내가 되는 꿈을 꾼 적이 있었다

 

 

*시집/ 당신은 지니라고 부른다/ 산지니

 

 

 

 

 

 

샤워를 하고 - 서화성

 

 

오십은 몸에서 어디쯤일까

걷기가 편안하다는 사실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았다

뱃살이 나올 때 솜사탕을 먹는 것은 취미가 아니었고

어둠과 밝음의 경계에서 샤워를 한다

우울한 날씨와 타인과의 대화를 씻는다

아침에 읽었던 교통체증을 씻는다

이별의 별곡을 보고 눈물을 씻는다

칭찬이 몸에 좋다는 이유를 알았지만

밥을 먹고 한 달 동안 굶은 적이 있었다

누군가에게 두근거리는 것은

누군가에게 갈피를 못 잡고 천둥치기 때문이다

한 끼의 김밥과 다발성 일기예보와

어딘가에 있을 고독과 고민에서 후회를 씻는다

당신과 당신이 슬픈 까닭은

한동안 미역국과 한동안 비빔밥에서

많은 이름과 오해가 하수구로 빠져나가는 것이다

 

 

 

 

# 서화성 시인은 경남 고성 출생으로 2001년 <시와사상>으로 등단했다. 시집으로 <아버지를 닮았다< <언제나 타인처럼>이 있다. 제4회 요산창작기금을 받았다. 현재 부산작가회의 회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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