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줄 詩

바깥의 나 - 박인식

마루안 2020. 1. 31. 23:02

 

 

바깥의 나 - 박인식

 

 

나이 먹는다는 것은

그 많던 내 안의 나를 바깥으로 내보내는 일

내 안의 나보다

바깥의 내가 더 많아지는 일

내 안의 나를

바깥의 내 눈으로 들여다보는 일

 

내가 사라진 나 없는 세상을

나로 살아갈

그 모든 바깥의 나

어깨 두드려주는 일

 

 

*시집/ 러빙 고흐 버닝 고흐/ 여름언덕

 

 

 

 

 

 

변명 - 박인식

 

 

내 삶은

될수록 가난하게 살려는 노력이었다

(가난해지려고 노력한 것은 아니다)

 

될수록 이름 없이 살려는 노력이었다

(좋은 글을 쓰려고 노력했지, 글을 이름으로 팔려고 애쓰지 않았다)

 

가난과 무명은 나의 오만이었고

가족의 원죄였다

 

오래도록 나는 가족 바깥에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