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줄 冊

까대기 - 이종철 만화

마루안 2020. 1. 12. 17:26

 

 

 

나는 택배를 일주일에 보통 한두 번씩 이용을 한다. 어쩔 때는 서너 번 이용할 때도 있다. 예전에 다음 날 배송된다는 물건을 주문하고 기다린 적이 있다. 배송 조회로는 오전부터 배송 출발, 오늘 중 배송 예정이라고 뜨는데 늦게까지 오지를 않았다.

수요일 저녁 주문, 목요일 배송, 금요일 도착, 보통 내가 택배를 이용하는 날이다. 배송 물량이 많아서겠지 했는데 토요일 오전에도 오지를 않았다. 할 수 없이 전화를 했다. 새로 들어온 택배 기사가 이 지역을 맡았는데 지리에 서툴러 배송이 지연되고 있단다.

급하게 받아야 할 물건이라 전화 했다고 하니 죄송하다면서 오후에는 받을 수 있를 거라고 했다. 그날 끝내 받지를 못했는데 일요일 아침에 문앞에 택배가 놓여 있었다. 배송 조회를 하니 토요일 밤 10시 경에 배송 완료로 나온다.

택배 상자를 뜯으면서 참 어리숙한 택배 기사라고 흉을 봤다. 그럴 만도 했다. 수요일 저녁 주문에 일요일 아침에야 받았으니 말이다. 지금 생각하면 그 택배 기사는 하루에 배달할 것을 사흘에 걸쳐 배달한 셈인데 얼마나 힘들었을까 싶다.

이 만화는 택배 회사에서 화물차에 실린 물건을 내리거나 싣는 일을 하는 알바생의 일상을 그린 것으로 까대기는 그런 일을 하는 사람을 일컫는 속어다. 저자인 이종철 작가가 직접 경험한 것을 만화로 옮겼다. 모든 작품을 체험만으로 쓰기는 힘들 것이다.

이 만화가 사실성이 있는 것은 작가가 호구지책으로 까대기 알바를 6년 정도 했다고 한다. 이종철 작가는 고향인 포항에서 부모님이 식당을 운영하고 있어서 그곳에서 밥을 먹는 육체 노동자들의 숭고한 노동을 자연적으로 익히면서 자랐다.

모든 노동자가 다 숭고하겠으나 몸뚱이를 써서 밥을 비는 육체 노동자의 노동은 거룩하다. 작가는 만화가의 꿈을 품고 서울에 올라왔으나 생활비 때문에 만화만 그릴 수 없어 일거리를 찾던 중 최저 임금보다 몇 천원 더 벌 수 있는 까대기 알바를 하게 된다.

그곳에서 힘든 여건에도 열심히 일하는 화물 기사와 택배 기사들의 노동을 알게 된다. 물론 본인도 육체 노동이 얼마나 힘들고 사람을 골병들게 하는지를 체험한다. 이 만화에 올곧이 녹아 있는 노동의 숭고함으로 나또한 택배를 받을 때마다 고마움이 저절로 생긴다.

이제는 택배가 조금 늦어도 불만을 하기보다 그만한 사정이 있겠지 한다. 택배가 늦으면 그만큼 택배 기사 또한 수입이 줄기에 일부러 그런 경우는 없다는 것을 알았다. 건당 수수료 800 원 정도를 받는데 노동 시간에 비해 벌이는 별로라고 한다.

작가는 이 만화가 첫 작품이다. 모쪼록 좋은 작가로 사랑 받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