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줄 冊

새벽 1시 45분, 나의 그림 산책 - 이동섭

마루안 2019. 12. 27. 19:50

 

 

 

책을 읽기도 음악을 듣기에도 좀 애매한 자투리 시간에 읽을 만한 책이다. 침대 맡에 두고 잠자기 전에 한두 편씩 읽어도 좋겠다. 종일 손에서 놓지 않았던 스마트 폰 들여다 보며 용쓰지 말고 잠시 눈과 머리를 식힐 때도 좋을 책이다.

평생 같이 할 사람이 옆에 있더라도 사람은 잠시만이라도 혼자 만의 시간을 갖을 필요가 있다. 옆에 아무도 없는 사람에게는 더 좋다. 혼자가 두려워 잠시도 휴대폰을 놓지 못하고 반나절만 조용해도 안절부절 못한다.

혼자를 즐길 줄 아는 것도 인생을 멋지게 사는 방법이다. 직장에서 종일 사람에 시달리는데 잠시 혼자가 되 보는 것, 아니면 종일 아무도 연락이 없어도 혼자를 즐길 줄 아는 사람이라면 이 책이 딱 어울린다.

저자는 혼자라는 영어 단어 alone을 all+one으로 읽는다. 타인을 닮으려 하면서 자신의 시간을 허비하는 일은 위험하다고 말한다. 남들과 같아지려 애쓸수록 더욱 외로움의 늪으로 빠지기 쉬우니 다름을 두려워하지 말고 가끔 자발적 혼자를 권고한다.

공감한다. 책 제목처럼 새벽 1시 45분까지 기다릴 필요는 없다. 밤 10면 어떻고 새벽 일찍 일어나 밝아오는 창밖을 바라보며 책을 읽은들 어떠하랴. 그림 한 장에 짦은 저자의 생각을 보탠 글을 읽다보면 점점 예술의 세계로 빠져든다.

눈에 익은 그림도 있고 처음 본 그림도 있다. 그래 이 화가는 이름을 들어봤어. 그 사람이 이런 그림도 그렸구나. 아! 이 문장 참 가슴을 후비네. 그림과 너무 어울리는 문장이야. 저자는 작심하고 혼자를 즐기고 있다. 혼자인 것을 잊고 산다.

이런 단상들이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떠올랐다. 그러다 어느 문장에서 딱 내 마음을 들켰다. <인연은 기적과 저주가 결합된 것이다. 우연히 시작된 인연이 이어저 연인이 되었다. 그와의 사랑에서 인연은 기적이었고, 이별하니 그 대가는 저주였다. 나는 그가 잘 지내지 못하길 진심으로 바랬다. 마음을 착하게 써야지 하면서도 유독 그 사람을 향한 마음이 착해지지 않은 이유가 무엇일까>.

어쩌면 이렇게 내 마음과 똑 같을까. 그 글에 딸려오는 그림에서 잠시 위로를 받는다. 아는 것 만큼 보인다고 했으나 읽은 만큼 느끼기도 한다. 쉬운 그림 어렵게 설먕하는 다른 책들과는 다르다. 그냥 알고 있는 만큼만 이해하면 되고 모른 것은 마음에 담는다.

누구에겐들 마음에 상처 몇 개씩은 없을까. 열등의식 또한 담고 산다. 저자의 솔직한 마음을 담은 문장에 눈길이 간다. <"그냥 대충 남들처럼 둥글게 살아." 그런 말을 하는 이들에게 되묻고 싶다. 살면서 단 한 번이라도 모나서 부딪친 적이 있는가? 나는 종종 사람들과 부딪쳤고 그들에게 나는 모난 사람이었다. 그들은 세상 사는 법을 모르는 사람으로 판단했으나 나의 가치는 그들의 판단과 무관하다. 나의 모남은 나의 축복이었다. 둥근 그들이 평생 느끼고 깨닫지 못할 것들을 나는 얻었으니 말이다>.

그러고 보니 예전에 이 사람을 책을 읽은 적이 있었다. 책으로 만난 인연이지만 마음의 평화를 얻게 해준 저자가 고맙다. 읽은 책을 대부분 서너 달 후에 내 곁에서 떠나 보내는데 이 책은 당분간 옆에 둬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