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줄 映

트랙스 - 존 커란

마루안 2019. 12. 11. 21:28

 

 

 

호주의 여성 탐험가, 로빈 데이비슨이 호주 대륙을 동서로 횡단한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 오직 걷기, 광활한 사막에는 낙타 4마리와 개 한 마리 뿐, 일행이나 이동 수단의 도움 없이 혼자 걸었다.

 

이 여자는 손톱에 매니큐어 바른 예쁜 손으로 남자의 넥타이를 골라주는 대신 왜 이런 고행을 시작한 것일까. 그래, 인생을 규정하려 하지 말고 설명하라고 하지 말자. 누구에게나 인생을 사는 자기 만의 방식이 있다. 

 

영화는 손에 땀을 쥐게 하는 긴장감이나 흥미진진한 이야기 전개 없이 잔잔하게 흐른다. 마치 다큐멘터리 영화 보는 것처럼 한 여자의 여정을 묵묵히 따라갈 뿐이다. 그렇다고 그녀의 일정이 밋믹하게 흘러가는 것은 아니다.

 

낙타를 얻기 위해 농장에서 몇 달을 일했으나 낙타는커녕 임금도 못 받고 쫓겨난다. 호주라고 노동 착취가 없을 것이며 사람 사는 곳에 질 나쁜 사람이 없을 것인가. 단지 여성이라는 이유로 차별 받는 것은 어느 나라든 마찬가지인 모양이다.

 

제주도를 가도 렌터카 빌려 몇 개의 명소만을 둘러 보는 편안한 여행이 있고 올레길을 종일 걷는 고행의 여행도 있다. 여행의 목적은 다양하다. 지친 마음을 추스리며 쉬기 위한 여행도 있지만 너무 편안한 삶을 돌아보기 위한 각성 여행도 있다.

 

나는 오래전부터 사막 여행을 꿈꾸었다. 한 마리의 낙타와 고비 사막의 해넘이를 상상하기도 했다. 여행뿐 아니라 모든 일에서 계획만 하고 실행하지 못한 것이 너무 많아 아쉬울 따름이다. 이런 영화로 그런 아쉬움을 위로 받는다.

 

이 여행기를 취재하기 위해 잡지사 기자가 지나는 길목마다 나타나 도움을 준다. 물이 귀한 사막에서 길목마다 물통을 두고 가는 장면에서 관객의 목마름까지 가시게 한다. 나는 이렇게 재미 없는 영화가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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