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줄 詩

햇빛을 찾는 사람 - 이성배

마루안 2019. 12. 9. 19:19

 

 

햇빛을 찾는 사람 - 이성배

 

 

돈이 되는 일은 아니었지만 사람들은 연탄을 빌려 가듯 그에게

가장 양지바른 곳을 찾아달라고 부탁했다.

그는 수맥을 찾듯 햇빛을 찾는데 용한 재주가 있었다.

 

부족한 것은 서로 빌려 쓰고 매일 쓸고 닦는 살림살이처럼

삶도 가꾸는 만큼 빛난다고 생각했다.

 

세상은 편리해졌고 사람들이 더 이상 그를 찾지 않았을 때는 이미

불빛이 사람들을 먹여 살리고 있었다.

그가 어느 곳에서 어떻게 살고 있는지 관심을 갖는 사람도 없었다.

 

시력이 낮아진 사람들은 편리하게 안경을 썼고 모든 인생은

스스로 빛나는 것이라고 믿었다.

 

갑작스런 정전에 나무들은 더 깊게 어두워졌고

정전이 반복될수록 사람들은 불안을 호소하기 시작했다. 몇몇 사람들이

거금을 들여 비밀리에 그의 행방을 수소문했지만

그를 찾았다는 소식은 들리지 않았다.

 

발전소는 계속 충분히 건설될 것이다.

 

 

*시집/ 희망 수리 중/ 고두미

 

 

 

 

 

 

방 구합니다 - 이성배

 

 

외로움이 편두통처럼 서성일 때, 무릎 뒤편처럼 잠시 마음을 접을 수 있도록

너무 밝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철 지난 옷 몇 벌 걸어 둘 수 있는 튼튼한 벽, 잠시 엎드려

위로받을 수 있는 작은 책상을 놓을 정도면 될 것 같아요.

 

오후 네 시쯤 그늘이 들기 시작해서

고요함이라든지 몇 가지 형용사에 대해 방해받지 않으면 좋겠어요.

아침에 해가 들 때 창으로 비치는 각도가 45도 정도라면

순전히 제가 가진 기억에 대해 과장하거나 호응을 이끌어낼 필요가 없으니

더할 나위 없을 거예요.

 

숨 쉬기 편한 방이면 얼마나 할까요?

얼굴 가득 흙먼지 뒤집어쓰고 열두 시간 넘게 일하는 노동자는

하루에 얼마나 버나요.

이틀에 한 번 마을로 폭탄이 떨어지는 아랍의 아이들에게는

얼마를 받으실 건가요.

 

이제는 광장에서 조금 멀리 있고 싶어서요.

보름이나 한 달이 넘어도 인기척이 없으면 옆방에 방해되지 않도록 조용히

두세 번 노크를 부탁드릴게요.

 

 

'한줄 詩' 카테고리의 다른 글

겨울의 호흡 - 이은규  (0) 2019.12.11
사람은 흩어지고, 쌓인다 - 김시종  (0) 2019.12.10
시계 - 박소란  (0) 2019.12.05
극도로 외로워졌을 때 - 이생진  (0) 2019.12.05
저녁 자작나무 숲 - 김창균  (0) 2019.12.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