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혼 - 김초혜
잊으시오
잊으려오
못 다한 일이 있어도
가을 산이
이리 붉은데
무슨 심사로
낱낱이
그립단 말이요
세월 - 김초혜
늙었다는 것은
흐드러진 꽃 세월이 서글프게 느껴진다는 것
돌아오지 않는 지난날을 그리워한다는 것
지난 청춘을 다 쓰지 못했다고 후회하는 것
오늘이 가장 소중한 날이라고 말만 하는 것
늙은 줄 모르고 젊은 척한다는 것
*시집, 멀고 먼 길, 서정시학
길 - 김초혜
억새꽃 희게 된
가을 저물녘
주인은 나그네 속에 있고
나그네는 주인 속에 있다
길다 해도 지닐 수 있는 것
이 순간뿐
그대는 그대를 잊을 것이고
나그네도 나그네를 잊을 것이니
멀고 먼 길 - 김초혜
오 하느님
나이는 먹었어도
늙은 아이에 불과합니다
햇살은 발끝에 기울었는데
내 몸이나 구하자 하고
굽은 마음 어쩌지 못해
얼굴을 숨기기도 합니다
몸 안에 가득 들여놓은 꽃은
붉은 조화 나부랭이였습니다
어찌
고요를 보았다 하겠습니까
그 길도 - 김초혜
내가 가보지 않은 길이
순탄해 보이듯
내가 거쳐 온 이 길도
누군가에게
부러움의 길일까
*시집, 멀고 먼 길, 서정시학
'한줄 詩' 카테고리의 다른 글
왼손의 그늘 - 우대식 (0) | 2019.11.26 |
---|---|
겨울 채비 - 최동희 (0) | 2019.11.26 |
서늘한 이유 - 이시백 (0) | 2019.11.23 |
사랑을 나눈 직후 - 황학주 (0) | 2019.11.23 |
산벚나무 연서 - 김영언 (0) | 2019.11.2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