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줄 詩

가을 환송 - 서상만

마루안 2019. 11. 22. 21:49



가을 환송 - 서상만



차라리 내년에는 맨몸으로 오시게
이렇게 너를 빈 몸으로 보낼 양이면
별빛 가득한 밤하늘 풀벌레 소리랑
가ㄹ 가ㄹ 그 이름조차 묻을 데가 없어


네가 앉은 곳마다 서리꽃 피고
눈앞의 벼랑에선 선들바람 일어
동토라도 곧 떠나지 않으면
죽음이 될 것 같은 비의만 남았다


내 무릎 부여잡는 마른 낙엽들
소리 죽여 조용히 눈보라에 감춰주며
봄여름 보낼 수심 누가 알까마는
먼 기러기 마음으로 너를 보내주마



*시집, 빗방울의 노래, 책만드는집








무너진 길 - 서상만



제 몸의 성홍열까지 학학 토해버린 노을 밖 먼 산, 아무리 골몰해도 저 산은 제 마음대로 질러가거나 돌아갈 수 없다


수풀의 새들은 명금에 취한 듯 고즈넉하고 초저녁별은 생사에 바쁜 지상에 놉이 되어주려는지 사뭇 반짝이지만


지척을 막으며 오만했던 한 그루 고목마저 세월 이길 재간 없는지 누구의 호명을 기다리며 망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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