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줄 詩

가을엔 부자 - 최서림

마루안 2019. 11. 21. 19:11



가을엔 부자 - 최서림



저렇게 남아도는 햇살만 한 상품이 있을까.

저 부부가 소쿠리에다 주워 담는 낙엽만 한 인테리어가 있을까.

저 하늘거리는 코스모스만큼 부드럽게 파고드는 기교가 있을까.

저 느티나무 잔가지보다 더 충만하게 하늘을 끌어안고 있는 게 있을까.


텅 비어서 깊은 하늘처럼 마음이 가난해지는 가을엔

모두 다 부자가 된다.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은 다 그들 것이다.


남들보다 가을을 더 많이 차지한 저 부자들.



*시집, 사람의 향기, 시와에세이







사람의 향기 - 최서림



오십견이 처음 찾아왔을 땐

노래 <청춘>을 듣다가 밤 부엉이처럼 울었다.


육십 고개 넘어서면

나이도 재산으로 쌓이는가.


머리가 희끗희끗해질수록

목소리가 깊어가는 가객을 생각한다.


늦을 가을 저녁, 나무는

잎사귀를 떨어뜨리면서 비로소 나무가 된다.


껍질도 갈라터지고 속이 단단하게 채워질수록

나무의 향을 제대로 맡을 수 있다.




'한줄 詩' 카테고리의 다른 글

독 - 전형철  (0) 2019.11.22
가을 환송 - 서상만  (0) 2019.11.22
미친 척 - 한관식  (0) 2019.11.21
너무 느리게 와서 너무 빨리 떠나는 - 김종필  (0) 2019.11.20
옛집에 눕다 - 김영춘  (0) 2019.11.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