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줄 詩

너무 느리게 와서 너무 빨리 떠나는 - 김종필

마루안 2019. 11. 20. 21:47



너무 느리게 와서 너무 빨리 떠나는 - 김종필



아쉬운 가을의 인식표처럼 달랑거리는
샛노랗거나 붉은 한 잎


샛길 같은 가을을 지나는 걸음마다
칼바람에 쓰러져 간
무수한 잎의 마른 주검이 밟히고
앙상한 잔가지 같은 가을의 정강이를
뚝 부러지도록 걷어차도
쓸쓸함은 그냥 쓸쓸함일 뿐


겨울이라는 바늘귀에
떠나는 가을의 끝자락을 꿰어야 할 때



*시집, 어둔 밤에도 장승은 눕지 않는다, 북인








이별에 대답하다 - 김종필



무엇으로
어떤 식으로
너와 내가 되었다 할지라도
아직은 우리가
살아 있는 그리움이라 할지라도


꽃 지고
잎 지면
미련의 가지도 잘리는 것을
우리 너무 오래도록 흔들고 있었나 보다


그래도
웃음으로 바라볼 수는 있었을 텐데
소낙비 그치고
바람이 그칠 때까지
오래도록





# 올 가을은 유난히 정신 없이 맞았다. 미처 가을을 느껴볼 겨를도 없이 가을 한파가 몰려왔다. 비 온 뒤에 따라온 찬바람이 가을을 붙들고 있는 나뭇잎을 떨구고 있다. 오기 전엔 못 느끼다 갈 때 되면 아쉬운 것이 가을이다. 그래도 아직은 가을, 빗물에 젖은 낙엽에서 떠나는 가을의 아쉬움을 달래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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