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인손의 열꽃같은 그리움되어 - 김남권
그리움의 숫자 만큼
쌓여가는 미움은
새순이 돋는 가지에 첫눈이 내리는 심정일까요
하얀 모래위를 구르는
파도의 몸짓되어
그대의 가슴속으로
빨려들 수만 있다면
아, 차라리
날개 잃은 접동새되어
그대 계신 곳 굽어 보며
울고 싶어요.
산철쭉의 붉은
절개
어우러진
연화대 위
등신불되어
손끝 마디마디
타들어 갈
생인손의 열꽃되어
꽃잎 같은 그대의 이름 부르며
내 차라리 불꽃이 되리, 불나비가 되리.
*시집, 하늘 가는 길, 혜화당
가을 가슴앓이 - 김남권
가을 하늘에서 뚝 뚝 떨어지는
가을 산빛에 놀라
낙엽이 가을을 훔치고 있습니다.
'가을앓이'에 한창인
무명시인의 어깨위로
가을 햇살이 쏟아지고
가을 하늘에서 뚝 뚝 떨어지는
가을 울음에 놀란
여인이 가을을 훔치고 있습니다.
'사람앓이'에 한창인
무명시인의 가슴께로
가을 달빛이 쏟아지고
가을 하늘에서 뚝 뚝 떨어지는
가을 별빛에 놀란
영혼이 가을을 훔치고 있습니다.
아, '가슴앓이' 한창인
이 가을의 심장속에서
나는 가을을 훔치고 말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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