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줄 詩

소리하지 못하는 아픔으로 인하여 - 김남권

마루안 2019. 9. 22. 19:21

 

 

소리하지 못하는 아픔으로 인하여 - 김남권

 

 

그대를 고파함에

숯덩이 된 가슴을

땅에 묻고

 

노여운 슬픔일랑

맨드라미 꽃속에 숨겨두고

 

파리한 몸빛에

차마 낙엽이 된다.

 

재로 남은 가슴을

바다에 띄우며

 

파도에 묻힌 몸빛은

다시 바위에 부딪치고

 

소리하지 못하는

아픔으로 인하여 나는

연기가 된다.

 

바람이 된다...

 

 

*시집, 하늘 가는 길, 혜화당

 

 

 

 

 

 

하늘 가는 길 - 김남권

 

 

관(棺)이 열리고

'파드득' '파드득'

굵은 뼈가 타들어 갑니다.

 

시뻘건 불꽃 역류하며

농약으로 굳어진 발가락 마디마디

꺾어지며 타들어 갑니다.

 

바람이 불고 있습니다.

학곡리 화장터의 바람은

늘 이렇게 따뜻한가 봅니다.

 

두어 평 누워 지낼 땅조차

갖지 못한 이승

이킬로그램밖에 안 되는

상자속 재가 되어

소양강을 떠내려 갑니다.

 

이 강 끝나는 어디쯤

마중 나와 계신

당신의 어머니, 어머니의 고향에서

아버지 당신의 하늘이 열리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