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부산에서 본 풍경이다. 월세가 13만이면 과연 어떤 방일까 궁금하다. 20년 전이 아니라 2019년 여름 이야기다. 여행길의 이런 풍경도 걸어야만 보인다. 보증금도 30만 원이나(?) 되니 어엿한 계약서가 필요할 것이다. 여인숙이나 쪽방 같은 월셋방은 보증금 없는 경우도 많다.
얼마 전 지인이 점심을 산다기에 따라 갔는데 한정식집이다. 간단하게 먹자는 나의 제안에도 이왕 먹는 것 좀 제대로 먹자고 지인은 막무가내다. 메뉴판을 보니 점심 특가로 1인당 1만5천 원이 제일 싸다.
2만5천 원짜리 시키려는 것을 내가 우겨 1만5천 원짜리로 주문했다. 나는 지인의 경제 사정을 잘 안다. 그래도 두 사람 밥값이 3만 원이다. 저녁 메뉴를 보니 5만 원이 제일 싸고 10만 원, 15만 원짜리도 있다. 위의 전봇대에 붙은 한 달 방값보다 비싸다.
누구의 한 달 방값이 한 끼 저녁 밥값도 안 되는 돈인 셈이다. 돌아가신 전우익 선생인 <혼자만 잘 살믄 무슨 재민겨>라고 했다. 비싼 밥을 먹을 때면 이 문장이 생각난다. 이렇게 잘 먹어도 되는가. 나만 잘 살면 미안해서 어쩌나. 내가 지금보다 더 행복해질까 두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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