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줄 哀

단 하루의 인연

마루안 2019. 9. 1. 15:51

모처럼 시간을 내어 도서관에 갔다. 가까운 거리에 도서관이 있지만 자주 가지를 못한다. 한 달에 한 번 정도다. 서점에서 구입할 수 없는 책을 소장하고 있는 도서관은 참 유용한 곳이다.

 

옆자리에 어떤 중년이 앉는다. 두 명씩 마주 앉는 4인용 책상이다. 훌쩍거리고 쩝쩝거리고 텀블러 탕탕 소리내면서 놓고 온갖  소음을 남발한다. 신문을 가져오더니 신문 넘기는 소리가 요란하다. 세 시간 동안 잠시도 앉아 있질 않고 들락거린다. 오늘 도서관에서 조용히 책을 읽기는 이미 글렀다.

 

한 쪽에 자리가 나서 그곳으로 옮겼다. 도서관에서는 가능한 소음을 내지 말아야 한다는 충고 대신 내가 조용히 옮기는 것으로 해결했다. 단 하루의 인연, 단 몇 시간의 이웃, 이웃 간의 분쟁으로 칼부림을 하는 것도 있다. 부닥쳐도 서로 인사도 나누지 않고 원수처럼 지낸단다.

 

얼마나 주변 사람이 아니 옆 사람이 중요한지를 우리는 수많은 인연과 악연에 산다. 지하철 옆자리, 그 날 지하철은 유독 급정거가 심하다. 버스도 어떤 기사를 만나느냐에 따라 그날의 출근길 기분을 좌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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