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줄 冊

강재형의 말글살이 - 강재형

마루안 2019. 9. 9. 22:10

 

 

 

아주 흥미롭게 읽었다. 제목은 다소 지루하게 느껴지나 읽기 시작하니 소설처럼 재밌게 읽힌다. 우리 글을 다룬 책에 흥미를 갖고 있기도 하지만 요즘 심하게 훼손되고 있는 우리 말에 대한 안타까움이 커서 더욱 진지하게 읽었다.

책이란 내용도 중요하지만 저자의 정체성을 무시할 수 없다. 내가 책을 고르는 기준이기도 하다. 때론 이것 때문에 독서 편식에 빠기기도 하나 읽어야 할 책이 많은 나로써는 어쩔 수 없다. 좋은 책 읽기도 버거운데 다독으로 상식 쌓기는 사치다.

저자 강재형은 MBC 아나운서다. MB 시절부터 권력의 주구들로 인해 MBC는 심하게 훼손 되었다. 지금은 JTBC지만 2008년쯤까지 내가 가장 신뢰하는 언론사는 단연 MBC였다. 언제부터 MBC가 슬슬 망가지더니 세월호 사고 때는 신뢰도가 완전 바닥을 쳤다.

촛불 혁명 이후 망가진 MBC를 정상화 시키기 위해 불이익을 감수하고 애쓴 사람이 강재형이다. 그때까지 내가 기억하는 강재형은 예전에 장학퀴즈를 진행했던 사람 정도였다. 내가 TV를 잘 안 보는 탓도 있다.

신뢰도가 땅에 떨어진 MBC 정상화를 위해 파업 투쟁할 때 강재형은 여전히 미소년 같았지만 공정 방송을 위해 부당함과 맞선 의지는 가시밭길을 마다 않는 투사였다. 아부는 달고 투쟁은 쓰다. 아부는 쉽지만 투쟁은 고달프다.

이 책을 읽기 전까지 그의 글은 한겨레 신문에 기고한 칼럼을 이따금 읽은 정도다. 현재는 MBC 아나운서 국장으로 그의 우리말 사랑이 대단함은 이전부터 알고 있었다. 이렇게 좋은 책을 낼 정도로 그는 교양 있는 말솜씨 만큼 글도 잘 쓴다.

지금은 잘 쓰지 않거나 모르고 있던 우리 토박이말을 다시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다. 나름 오랜 기간 문학 작품을 통해 많은 어휘를 알고 있는 줄 알았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아직 멀었음도 깨달았다.

방송 언어, 스포츠 용어, 토박이말 등, 예문과 경험담을 곁들인 문장이 아주 맛깔스럽다. 영어 쓰면 교양인이라도 된 것처럼 영단어를 남발하는 사람이 있다. 방송을 본 사람들은 덩달아 거기에 놀아나고, 손석희한테 하나 아쉬운 점이라면 뉴스 진행에서 영어를 너무 날발하는 것이다.

언어라는 것이 생명과 같아서 시대에 따라 변하기 마련이라지만 영어에 밀려 한 번 사라진 우리 말을 다시 재생하기는 힘들다. 훗날 우리 글은 영어를 말하는데 필요한 표기문자로 전락할 것이다.

아후 아 유. 투데이 비하인드 뉴스. 투나잇 팩트 체크, 투모로우 웨더 등은 곧 우리말로 굳어질 것이고 심지어 ASMR, TMI 등 무슨 암호 같은 줄임말이 난무하고 있다. 예전에 국한 혼용문이 있었는데 조만간 국영 혼용문 시대가 열릴 것이다.

이런 시대에 이 책의 소중함을 느낀다. 프랑스나 중국이 자국 말을 보호하기 위해 펼치는 정책을 보면 왜 그 나라들이 문화대국인지를 깨닫게 된다. 흔히 글로벌 시대라고 한다. 외국어 습득 중요하다. 자기 말의 탄탄한 기반 위에서 외국어는 더 빛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