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줄 冊

내 안의 역사 - 전우용

마루안 2019. 9. 5. 22:32

 

 

 

역사란 끊어지지 않고 나와 과거가 연결된 끈이다. 물려 받은 피가 더럽다며 모두 꺼내서 버린다 해도 힌 번 연결된 부모와의 고리를 끊을 수 없듯이 국가 또한 내가 선택한 것은 아니지만 한국은 끊을 수 없는 끈이다.

전우용 선생의 <내 안의 역사>를 읽으며 한국사 또한 나처럼 수많은 일개 민초의 일생이 하나 하나 연결 되어 전해 왔음을 알 수 있다. 한국인이라고 모두 위대하기만 했을까. 나처럼 있으나마나 한 사람도 있고 이순신, 김구 같은 큰 인물도 있었으며, 있어서는 안 될 사회악을 저지른 연쇄 살인범도 있다.

이 책을 흥미롭게 읽은 것은 저자의 해박한 지식과 글솜씨 때문이기도 하지만 많은 부분이 내가 경험했던 근대사이기 때문이다. 가령 탈 것을 보자면 가마나 인력거는 보지 못했으나 달구지, 삼륜차 등은 보고 자랐다. 지금은 사라진 지게를 지고 땔감을 나르기도 했다.

땔감이라면 참 까마득하게 들리지만 내 어릴 적만 해도 집집마다 취사나 난방으로 땔감이 필요했다. 당연 아궁이에 불을 때서 밥을 하고 국도 끓이면서 그 불로 구들을 데워 난방을 했다. 그래서 여름에는 어쩔 수 없이 마당가에 임시 아궁이를 만들었다.

한국 전쟁 때 미군들이 한국의 산이 헐벗은 것을 보고 놀랐다는 대목이 이 책에 나온다. 미군은 산에 나무가 없어 숨어서 적의 동정을 살 필 곳을 찾느라 애를 먹었단다. 땔감 사용이 없어진 요즘 한국의 산은 참 울창해졌다.

예전 대통령이 북한을 방문하고 남북 교류가 한창일 때 취재하러 간 기자들 말에 의하면 북한의 산은 여전히 헐벗은 산이 많더란다. 아직 취사와 난방으로 땔감이 사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 전쟁 때 미군의 권유로 정부는 연탄 사용을 장려한다.

그때부터 연탄이 땔감으로 사용되는데 많은 사람들이 죽었다. 바로 연탄가스 중독이다. 어릴 적에 방송에서 연탄가스 중독으로 잠 자던 일가족이 모두 숨졌다는 소식을 거의 매일 들었다. 부실한 방구들 사이로 연탄가스가 스며든 것이다.

이후 연탄 보일러가 대중화 되면서 사고는 많이 줄어들었다. 지금은 입식 부엌에서 가스나 전기로 취사를 하고 용변도 집안에 있는 화장실에서 일 보고 물 내리면 끝인 세상이다. 불과 40년 전만 해도 늦가을이면 월동준비로 김장과 연탄을 저장하는 것이 집안의 큰 행사였다.

이 책은 내 안의 역사라는 제목뿐 아니라 내용도 참 가슴에 다가온다. 역사가 정치적인 사건 위주로 전개되는 경우가 많지만 이 책은 생활사 위주여서 더욱 흥미롭다. 외세의 시달림과 각종 전염병을 이겨 내고 나물죽으로 연연히 이어온 민초들의 역사가 바로 국가고 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