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줄 詩

문신 - 김언

마루안 2019. 9. 6. 19:52



문신 - 김언



용이 되겠다고 찾아온 사람이 있었다.
그래서 용을 그려주었다.


호랑이가 되겠다고 찾아온 사람이 있었다.
그래서 호랑이를 그려주었다.


이번에는 여자가 되겠다고 찾아온 사람이 있었다.
어디다 그려줄까?


그는 가랑이를 벌리고 누웠다.
여기다 그려주세요.


그래서 그려주었다.
아이 머리 하나를 그려주고 돌려보냈다.


이번에는 남자가 되겠다고 찾아온 사람이 있었다.
그도 가랑이를 벌리고 누웠다.


어디가 그려줄까?
방금 전에 나온 그 아이를 도로 넣어주세요.



*시집, 너의 알다가고 모를 마음, 문학동네








한창때 - 김언



당신이 왜 저렇게 돼었을까요? 브라운관을 보면서 내가 말했다. 그걸 알았다면 저러고 있지 않겠죠. 브라운관을 보면서 당신이 말했다. 부끄러운가요? 많이 부끄럽지요. 알았다면 이제 끕시다. 저 화면 속의 당신도 그걸 원하지 않을까요? 그냥 두세요. 더 부끄러워지게. 저 사람은 지금 부끄러운 걸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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