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줄 冊

김원봉 평전 - 김삼웅

마루안 2019. 8. 16. 21:42

 

 

 

휴가철이라 거리가 한산하다. 매일 자동차와 실랑이 벌이면서 사람에 부대끼던 중이렇게 헐렁해진 서울 거리가 좋다. 한동네에 사는 친구가 여름 휴가를 가면서 기르는 강아지를 부탁했다. 애견 호텔에 맡기고 싶은데 작년에 안 좋은 경험이 있어 싫단다.

 

기꺼이 내가 맡기로 하고 아예 며칠 친구 집으로 출퇴근을 했다. 제일 먼저 든 생각이 이 기회에 밀린 책이나 실컷 읽어야지였다. 그중의 하나가 김원봉 평전이다. 읽으려고 했던 책이 이런저런 사정으로 순서가 밀린 경우가 많은데 이 책은 애초에 읽을 책 목록에 없던 책이다.

올해 이 사람처럼 논란의 대상이 된 인물이 있을까. 김원봉 선생은 걸어온 길에 비해 크게 주목 받지 못한 인물이었는데 문재인 대통령이 현충일 기념사에서 선생을 언급하면서 논란이 시작되었다. 내가 이 책을 읽게 된 것도 문 대통령 언급 덕분이다.

다소 두꺼운 책인데도 단숨에 읽어내려간 책이다. 내가 언제부터 혁명가를 좋아 했을까. 이 책의 서두는 쿠바 게릴라 지도자 <체 게바라>와 필리핀의 독립운동가 <호세 리잘 Jose Rizal>을 언급하고 있다. 게바라는 알고 있었으나 리잘은 몰랐다.

저자인 김삼웅 선생은 서울신문 주필을 거쳐 독립기념관 관장을 지내기도 했다. 평전 전문가라 할 정도로 많은 평전을 썼는데 이 책 외에 내가 읽은 것은 리영희 평전과 노무현 평전이다. 기회가 되면 김근태 평전과 신영복 평전도 읽고 싶다.

김원봉 선생은 진보와 보수로 갈려 호불호가 확실한 인물이다. 보수 쪽에서는 북한 정권에 기여한 빨갱이라고 몰아 세운다. 그는 해방 후에 고국에 돌아왔으나 일제에 협력하며 수많은 독립 운동가를 잡아들였던 고문 경찰 노덕술에게 모진 수모를 당한다.

해방의 기쁨도 잠시 양쪽으로 갈려 분단이 고착되는 현실에 환멸을 느끼고 북으로 넘어간다. 선생의 아내 박차정은 해방 1년전인 1944년 34세의 나이로 사망한다. 그리고 대한민국은 그의 공훈을 기려 건국훈장 독립장을 추서하고 독립운동가로 인정한다.

반면 임시정부 국무부장을 지냈고 광복군 부사령관으로 치열하게 독립운동을 했던 김원봉 선생은 남북 어디에도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북쪽에서는 1958년 이후 홀연히 사라진다. 여러 설이 있지만 김일성과 노선이 달라 숙청 되었다는 것이 정설이다.

남쪽은 월북한 빨갱이라며 선생의 독립운동을 폄하하고 있다. 역사에 가설은 없지만 만약 김원봉 선생이 안중근이나 윤동주처럼 해방 전에 세상을 떠났다면 위대한 독립운동가로 인정 받을 것이다. 그의 부인 박차정처럼 말이다.

흔히 김원봉 선생을 검거하기 위해 일본 경찰이 내건 현상금이 김구 선생보다 훨씬 많았다는 것으로 선생의 위상을 언급한다. 어떤 기록을 근거로 이런 말을 하는지 모르겠으나 불필요한 미화다. 이런 미화가 꼭 필요할까.

불필요한 미화는 있는 그대로 봐야 하는 한 사람의 일생에 불필요한 논란을 부추길 뿐이다. 의열단 출신에다 임시 정부의 각료를 지냈던 김원봉 선생이 해방 후 고국에 돌아와서 한 연설 일부다.

<오랫동안 압박 받은 여러분에게 경의를 표한다. 인구의 절대다수인 농민을 위하여 모인 여러분에게 경의를 표한다. 지금 우리의 투쟁 대상은 일제가 아니라 일제의 대리인이다. 그들을 철처히 물리치지 않으면 안 된다.나는 군인이다. 우리의 군대는 농민이다. 여러분과 같이 오줌통도 지고 김도 매고 씨도 뿌리겠다. 나는 일개의 군인으로 농민 운동을 지지한다>.

이 책의 저자는 군데군데 내용과 어울리는 시인들의 시를 소개하고 있다. 그중 헝가리 시인 페퇴피 산도르(Petofi Sandor)의 시가 눈길을 끈다. 국가란 나에게 무엇이고 이 책의 주인공인 김원봉 선생 마음과 딱 어울린다. <사랑이여/ 그대를 위해서라면/ 내 목숨마저 바치리/ 그러나 사랑이여/ 조국의 자유를 위해서라면/ 내 그대마저 바치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