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줄 冊

사라진, 버려진, 남겨진 - 구정은

마루안 2019. 8. 9. 22:07

 

 

 

지난 봄 여행길에서 본 일이다. 막 해가 넘어가는 어느 바닷가 포구에 앉아 있었다. 몇 척의 고깃배를 빼고는 대부분 낚시배들이 잔잔하게 찰랑거리는 포구다. 한쪽에서 다섯 명의 중년들이 돗자리를 깔고 앉아 저녁을 먹고 있었다.

복장을 보니 아마도 밤낚시를 온 모양이었다. 출항할 낚싯배를 기다리며 미리 요기를 하는 중이다. 뒷자리를 정리하고 각종 쓰레기를 담은 비닐봉지를 든 한 사람이 두리번거리며 "버릴 곳이 없네" 하니 다른 사람이 말했다.

"전부 배에다 실어, 바다에 나가서 버리면 되잖아" 했다. 그러자 바로 "굿 아이디어"라며 맞장구를 친다. 잠시 후 배 주인이 나타나서 그들을 싣고 떠나는 것을 봤다. 바닷가 주민들도 처리 곤란한 쓰레기를 바다에 나갈 때 가지고 가서 버린다는 얘길 들었는데 낚시꾼들까지 그런 줄은 몰랐다.

돈이나 금반지는 버리기 아까워도 쓰레기는 멀리 버리면 그만이라는 생각 참 위험하다. 언젠가는 다시 자기에게로 돌아온다는 것을 왜 모를까. 세상에 공짜는 없다. 편리함을 누린 만큼 그 댓가가 따른다. 플라스틱 공해와 미세 먼지도 편리함을 누린 댓가다.

내가 먹은 만큼 똥이 나오듯 쓴 만큼 쓰레기가 나온다. 버린다고 우주 밖으로 날아가 영영 사라지는 것이 아니다. 낚시꾼이라면 바다를 사랑해야건만 당장의 편리를 위해 쓰레기를 버린다. 그로 인한 해양 오염은 물론 플라스틱에 오염된 물고기를 다시 사람이 먹게 된다.

이 책은 세상의 분쟁 지역과 오염 지역, 그리고 사람의 탐욕으로 망가진 자연 등을 다룬 책이다. 경향신문 구정은 기자가 쓴 책으로 후마니타스에서 나왔다. 책을 쓴 저자도 야무지고 탁월한 참 기자이지만 이런 책을 낸 출판사도 대단하다.

타고난 천성이 아웃사이더라 이런 책을 좋아한다. 내용도 출중하다. 들어는 봤으나 자세히는 몰랐던 것과 아예 그런 곳이 있는 줄도 몰랐던 지역이 많다. 팔레스타인의 고통과 미얀마 로힝야족의 아픔 등, 지구 어느 한 곳인들 나와 관계 없는 것이 있을까.

고대 이집트의 거대한 공동묘지를 집으로 여기며 사는 사람들, 아프카니스탄을 침공했던 소련이 버리고 간 수많은 탱크들이 널려 있는 오염 지역을 보면 인간의 끝 없는 탐욕과 생존 본능을 함께 느낀다.

소이 선진국이라는 나라들은 각종 전자 쓰레기와 폐 플라스틱을 가난한 나라에 수출한다. 자기들 실컷 쓰고 난 유해성 쓰레기는 가난한 나라에서 처리해야 한다는 것일까. 가난한 사람들은 그 유해 쓰레기 더미에서 쓸 만한 것을 골라 생계를 유지하고 있다.

마을의 수자원으로 맑은 물 찰랑거렸던 호수가 점점 말라 사막으로 변하고 지구를 정화하는 청정 보르네오숲은 콩 경작을 위해 베어지고 있다. 방사능에 오염된 땅도, 유해성 미세 플라스틱도 자연 재해라기보다 인간의 욕망이 만들어낸 결과다.

편리하고 좋은 것을 포기할 수 없는 이 문명 시대에 자급자족했던 원시 시대로 돌아갈 순 없지만 조금 덜 먹고, 조금 덜 갖고, 조금 불편하게 사는 것을 감수할 때 지구가 덜 아플 것이다. 많은 것을 반성하게 하는 참 좋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