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줄 詩

셔틀콕 - 이도훈

마루안 2019. 8. 2. 22:05



셔틀콕 - 이도훈



지붕 빗물받이 청소를 하다
몇 마리 새를 찾았다
게임도 놀이도 아닌 일들이 당신과 나 사이를 날아다녔다
곡선의 끝엔 착지가 있었겠지만
우리는 서둘러 쳐올랐던가
몇몇 단어는 결국 우리의 곁을 떠다니고
라켓은 낮거나 짧은 관계를 잘도 띄워 올렸다
짧은 공중을 날던 스크래치들
목말을 피해 장대를 피해 아주 깊숙이 숨어있던 하얀 새
빠져나간 깃털 하나는 누구의 몫이었을까?
깃털은 낡은 교훈이 되었다
띄워 올리거나 날려 보냈던 시간도 모두
새가 되었다.


왜 놓치는 일들로 점수를 매겼을까
뚝 끊어진 말끝마다 점수를 잃고
우리는 동점이 되어간다
새들이 절벽에서 떨어지고 있다
날지 못한 것은 늘 날아오르는 꿈을 꾼다.
응원은 늘 반반씩이다
야유가 응원으로 들리기도 했지만
격려가 가끔 비난으로 착지했다
배운 것과 다르게 나쁘게 사는 데 익숙하다.


마당도 공터도 없고
공중의 왕복은 더더욱 없는 새의 놀이
멀리 날려 보내려 할수록 가까이 떨어졌던 셔틀콕
아니, 덩그러니 놓인 하얀 새
집어 들고 다시는
받을 수 없는 곳으로 날려버린다.



*시집, 맑은 날을 매다, 도서출판 도훈








매미 - 이도훈



시간 같은 건 몰라
7년이었는지
70년이었는지
잠든 시간은 잠뿐이었어.


다들 그렇게 살아가는 그런 흔한 시간,
몇 번의 총성이 있었고
땅이 서너 번 뒤엎어졌지만
아직도 붕대가 너덜거린다고
골방에 갇힌 사람들은 다들 한마디씩 하는 세상.
혁명이 성공한 것인지
복지는 조금 나아졌는지
허물을 벗고 나무 위로 올라왔을 때는
아무것도 없는 그저 그런 세상.


다시 시작인 거지
내 첫마디는 시바~알
도시 소음보다 크게 울어야 해
도시 소음보다 더 크게 울어야 해


짧은 여름과 소나기
뜨거운 태양 아래서 울부짖는 게
곧 여름이 끝나고,
나무를 시끄럽게 켜는 것도 우리고
조용한 나무로
나무를 끄는 것도 우리지.


무더운 여름마다
이 욕지거리를 기억하는 사람들이 있겠지.
강렬하게 집요하게 지랄 맞게
소리치면서 꿈을 꿔
다들 이렇게 사는 거
다 안다, 시바~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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