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줄 詩

꽃의 광인 - 주영중

마루안 2019. 7. 27. 21:45



꽃의 광인 - 주영중



깊은 단잠에 빠진
꽃이 영원에서 깨어난다


꽃의 눈 속에 내가 있다
한 번쯤 불경해진다


가시가 꽃 한 송이를 버텨 내고
붉은 날개가 중심을 잡지 못한다


서서히 움직이는
다음 생은 나비


바람이 꽃을 버텨 내고 있다
나비가 꽃을 버텨 내고 있다



*시집, <생환하라, 음화>, 파란출판








생체-나무 - 주영중



당신 생각은 불법이야, 살인적 리듬이 숨 쉬는 곳
당신의 광장에는 내일이 없지


幻影, 여름아
얼어버린 물방울이 고요하게 폭발한다


도시 끝에서, 한강철교 너머에서
장마전선을 끌어올리며 우는 자귀나무
진앙지는 바로 나였다


거리의 속살 사이로 파고드는 질풍 같은 리듬
생활을 잊은 듯 질주할 것
리듬이 바뀌는 순간, 구피의 꼬리 같은
악몽의 시간으로 진입할 것


생환하라, 陰畫
생체-나무가 흔들리는 속도에 대해
꽃의 카오스에 대해 생각한다


분노는 겨우 바깥에서 터지는 꽃, 용납할 수 없는 자귀꽃의 슬픔이 오늘의 술잔 속에서, 어진 사람의 입에서 혹은 묻지 마 살인자의 칼끝에서 터진다


리듬을 앓는 눈썹과 내 입의 기울기, 운명의 창밖으로 날카로운 나무들이 이동한다
바람이 구름을 밀어내듯
초록의 잎들이 비밀을 누설하고 있다


조문받는 느낌이랄까, 갑갑한 발로부터 이륙하라
도시 상공에 구멍을 뚫는 처녀-새의 울음
불을 옮기는 역린


생활의 언명을 거스르는 태풍처럼
오렌지가 피워 내는 곰팡이들
녹색의 포자들이 지구의 리듬으로 날아가고
생활이 알리바이를 앓는다






# 모르는 시인을 발견했다. 반복해서 읽게 만드는 시에 묘하게 빨려든다. 이런 시인을 이제야 발견하다니,,. 세상엔 시인이 많기도 하지만 마음 가는 시는 드물다. 이 시집이 두 번째 시집인데 첫 시집도 찾아 읽어볼 요량이다. 오래 음미하며 읽고 싶은 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