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코스는 한림항에서 출발해 애월읍 고내 포구까지 걷는 약 여섯 시간 길이다. 15코스는 두 개가 있는데 도중에 수원리에서 갈라져 A코스와 B코스로 나뉜다. B코스는 해변을 걸어 고내 포구로 가고 A코스는 내륙으로 들어가 금성리와 남읍리를 거쳐 고내 포구에 닿는 길이다. 나는 산중과 들길이 번갈아 나오면서 제주의 시골 마을을 느낄 수 있는 A코스를 걸었다. B코스는 나중 비양도 들어갈 때 걸을 계획이다.
한림항을 출발해 아름다운 해변길을 걷다 보면 아담하고 조용한 마을 수원리가 나온다.
정갈한 마을을 지나 들길을 한동안 걸으면 14코스 갈림길 표지판이 나온다. 내륙을 걷는 A코스로 길을 잡는다.
수원리는 생각보다 큰 마을이었다. 아담한 입구에 비해 섬이라는 생각을 잊게 만드는 드넓은 들녘이 펼쳐진다.
끝없이 이어진 들길을 걸을 때 싫증날까봐서 마을 입구에 때아닌 5월에 코스모스가 피었다. 나는 매번 코스모스를 보면 미친다.
코스모스 구경하고 있는데 할아버지가 자전거를 타고 지나간다. 마을 이름을 물으니 대림리란다.
들길을 걸어 걸어 귀덕리에 도착했다. 동네 정자에서 노인들이 모여 부침개를 부쳐 먹고 있다. 먹길 권했으나 미소로 사양했다.
귀덕리를 벗어나니 올레객들 잠시 쉬어 가라고 이런 의자가 놓였다. 그늘진 의자에 앉아 목을 축였다.
또 다시 이어지는 들길이 황홀하다. 이렇게 멋진 풍경을 볼 수 있는 눈과 걸을 수 있는 건강한 다리가 눈물 나게 고맙다.
들길 중간에 나오는 선운정사다. 비우고(화장실), 모퉁이에 있는 수돗가에서 시원하게 세수도 하고, 마음씨 고운 보살님 덕에 속까지 채우고(점심공양), 커피까지 얻어 마신 후 걷기에 나섰다. 보살님이 귤을 몇 개 쥐어 줬다.
선운정사가 멀어 지면서 다시 한적한 들길이 끝없이 이어진다. 혼자 걷는 기분을 아는가. 마음 비우기에도 좋은 길이다.
들길을 걸어 개울 지나고, 사잇길을 지나면 드디어 납읍리에 도착한다. 조용한 마을을 얌전히 걸어 본다.
남읍리를 벗어나 이름도 예쁜 백일홍 길을 걷는다. 있다는 배롱나무는 보지 못하고 한적한 들길을 조용히 걸었다.
도새기 숲길과 망오름을 지나 드디어 15코스 종점인 고내 포구에 닿았다. 좋은 날씨에 한적한 들녘을 원없이 걸은 날이다. 봄날의 제주의 본 모습을 제대로 경험했다. 관광지 특유의 붐비는 명소보다 고즈넉한 이런 길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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