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줄 冊

약자를 위한 현실주의 - 이주희

마루안 2019. 5. 8. 22:24

 

 

 

가끔 나는 어쩌다가 한국인으로 태어났을까 뭐 이런 생각을 할 때가 있다. 아무것도 선택하지 못하고 의지와 상관 없이 세상에 나왔는데 살다보니 한국인이다. 우리 조상이 그렇게 외세의 침공을 받으면서 이렇게 살아 남은 것도 대단한 일이고,,

이 책은 교육방송에서 역사 프로그램을 만드는 이주희 피디가 썼다. 어떤 프로그램인지는 보지 않았으니 잘 모른다. TV를 거의 보지 않기도 하지만 봤다 해도 책으로 읽은 것만 하겠는가. 나는 영상보다 활자로 접하는 것이 이해하는 데 더 도움이 된다.

어쨌든 한 편의 장편 다큐멘타리를 본 것처럼 흥미있게 읽었다. 대강 알고 있던 역사적 배경을 되새기거나 아님 전혀 몰랐던 사실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었다. 사람이든 국가든 힘이 있어야 한다는 것도 절실하게 깨닫는다.

역사적으로 강대국 사이에서 시달림을 받은 민족이지만 그걸 벗어나려고 나라를 삽으로 떠서 옮길 수도 없다. 문제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강대국들이 약소국 사정을 헤아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무조건 자기들 이익을 먼저 앞세워 이용을 한다.

현대 사회야 노골적으로 침략을 하진 못하겠으나 힘 있는 나라가 우리를 지켜줄 거라는 생각은 하지 말자는 것이다. 늘 중국에 의지해 살 수밖에 없었던 역사적 사실이야 어쩔 것인가. 그것도 우리 조상들이 결정한 일이고 나도 그 후손 중 하나다.

이 책에서는 우리가 겪었던 전쟁의 역사를 상대방 쪽에서 바라본 시각이다. 신라가 당을 끌어 들여 고구려와 백제를 멸망시킨 사실이나 고려가 취했던 초기의 자주적 외교정책이 점점 무기력하게 원나라의 속국으로 변해가는 과정을 또박또박 짚어준다.

광해군과 인조의 외교정책을 비교하며 삼전도의 치욕을 겪어야 했던 병자호란도 청이 그렇게 나올 수 있었던 역사적 배경을 잘 설명해주고 있다. <약자를 위한 현실주의>는 살아 남기 위한 지침서이자 현재 넘어야 할 현실이기도 하다. 역사는 한 번으로 끝나는 단절이 아니라 반복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