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줄 冊

마흔의 몸 공부 - 박용환

마루안 2019. 4. 19. 19:01

 

 

 

나이를 먹어갈수록 건강에 관한 정보에 눈길이 간다. 그렇다고 보양식을 찾아 몸에 좋은 음식이라면 불원천리를 마다하는 유난을 떨고 싶지는 않다. 되레 보양식이 싫어 기피한다. 기피가 아니라 혐오한다. 지인 중에 유난히 보양식을 밝히는 사람이 있다.

그는 몸에 좋은 것이라 해서 노루피, 곰쓸개, 뱀소주 등을 먹어 봤다고 했다. 그럴 때면 부럽다기보다 이질감이 생긴다. 대놓고 면박을 주진 않지만 속으로 딱하다는 생각도 한다. 차라리 불룩 나온 뱃살이나 먼저 해결하시지. 이 정도가 그에 대한 비웃음이다.

친구 중에 유난히 한의원을 자주 가는 사람도 있다. 그의 어깨나 등, 허리에는 뜸을 뜬 자국이 선명하다. 침도 자주 맞는다. 그러면서도 자주 아프다고 병원을 간다. 그의 말에 따르면 병원과 한의원을 증상에 따라 번갈아 다닌다고 했다. 아직도 그는 늘 아프다.

흔히 아픈 사람이 증상이 좋아진다면야 뭔 짓인들 못 하겠는가라고 한다. 이해한다. 아픈 사람에겐 낫는 게 우선이니까. 예전에 나도 허리가 아파 고통을 겪은 적이 있다. 무슨 일인지 아침에 일어날 때 허리가 시큰거렸다. 앉았다 일어날 때도 움찔 통증이 온다.

다음 날은 더 심했다. 침대에서 일어날 때 통증이 심해 데구르 굴러 바닥으로 내려온 다음 일어나야 했다. 이 소릴 들은 친구가 그랬다. "디스크일지도 모르는데 병원 한번 가보지 그래? 아님 한의원 가서 침을 한 대 맞던지." 나는 친구 말을 그냥 넘겼다.

한의원은 절대 가기 싫고 병원엔 가볼까 했다가 그만뒀다. 일주일쯤 고생하니 증상은 사라졌다. 웬만해서 병원을 안 간다. 감기도 도저히 못 견딜 정도의 심한 증상이 아니고는 병원 안 가고 이겨낸다. 감기는 병원 가면 일주일이고 안 가도 7일이면 낫는다.

이 책은 평소 한의원에 대해 부정적이거나 무시했던 나를 깨우쳐준 책이다. 그렇다고 한의원을 가고 싶다는 것은 아니다. 저자도 책에서 무조건 한의원을 좋게만 포장하지 않는다. 그래서 더 좋았다. 많이 들어본 동의보감의 현대적 해석이 맞겠다.

한의사 하면 이마 넓은 안경 쓴 나이 지긋한 사람이라 생각하기 쉬운데 저자 박용환은 그런 선입견을 깬 젊은 한의사다. 글도 잘 쓴다. 고리타분하게 생각하기 쉬운 내용을 적절한 비유와 시원시원한 문장으로 흥미롭게 설명한다.

얼마 전에 친구 몇이서 북한산을 올랐다. 모두들 기진맥진 예전 같지가 않은데 나만 멀쩡했다. 바위 능선에서 참새들처럼 나란히 앉아 아래를 내려다 보는데 친구 하나가 그런다. "너는 아직 짱짱하구나." 속으론 기분이 좋았으나 한편 뜨끔했다.

건강은 장담할 수 없다. 어느 한순간 훅 갈 수 있는 것이 건강이다. 나라고 언제나 청춘이겠는가. 젊어 봤으니 이제 늙은 차례인 것은 분명하다. 그래서 몸 공부가 중요하다. 이 책이 건강은 건강할 때 지키라는 교훈을 줬다. 몸 공부 제대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