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곱 步

제주 올레길 11코스

마루안 2019. 5. 2. 20:00

 

 

올레길 11코스는 하모체육공원에서 시작해 무릉리까지 걷는 길이다. 이 코스도 제주 올레길에서 기억에 남는 길이다. 걷는 동안 단 한 사람도 만나지 않은 길이기도 하다. 가능한 사람 없는 때를 골라 걷는 편이긴 해도 맞은 편에서 오는 사람 한 두명은 만나기 마련인데 이 길에서는 아무도 없었다.

 

별 인기가 없는 코스이기도 하다. 울창한 곶자왈 숲길을 걸을 때는 잠깐 길을 잃기도 했으나 곧 리본을 찾을 수 있었다. 한적해서 더욱 좋았던 길이다. 사람마다 호불호가 갈리겠으나 나는 이 코스가 제주 올레길 중 가장 인상에 남은 길이다.

 

11코스는 종착지에 도착할 때까지 근사한 카페는 커녕 요기를 할 만한 곳도 없다. 인기 없는 코스의 장점이다. 출발지 바로 옆에 큰 마트가 있으니 여기서 물과 요깃거리를 준비하면 좋다. 커피와 생수, 인절미를 사서 챙겼다. 날씨는 흐리지만 걷기에는 좋은 날이다.

 

 

 

동일리 포구를 돌아 모슬봉 방향의 마을길로 들어섰다. 전형적인 제주 마을이다.

 

 

 

 

 

 

 

마을을 지나면 공동묘지가 있는 모슬봉 올라가는 길이 나온다.

 

 

 

 

 

모슬봉 정상에서 내려다 본 대정읍 풍경이다. 저 마을에서 살다가 죽은 사람이 묻힌 곳이 여기다.

 

 

이름 없는 사람들이나 무연고 묘지도 있다. 누구나 혼자 세상에 왔다가 혼자 떠난다. 인생이 다 그렇다고 수긍하면 마음이 편하다. 죽어서 흙으로 돌아가는 것은 자연스런 일이다. 인생은 자연의 한 조각이라는 말이 있지 않던가.

 

 

모슬봉 정상에서 반대편 입구 쪽으로 하산했다. 묻혔다가 떠난 묘지가 보인다.

최근에 이장을 했는지 묘지가 있던 흔적이 남았다. 지금의 고급 아파트 자리도, 옛날 내가 다녔던 초등학교도 공동묘지 터였다.

 

 

모슬봉을 내려 오니 다시 들길이 펼쳐친다. 전형적인 제주의 풍경이다. 수확을 포기한 무밭이 여럿 방치되어 있다.

 

 

 

 

 

 

 

 

 

이 길에는 천주교 성지가 있다. 박해를 받아 숨진 정난주 묘지도 이 코스에 자리하고 있다. 다시 끝없는 들길이 펼쳐진다.

 

 

 

 

 

 

아담한 마을 신평리를 지나면 울창한 숲길인 곶자왈 코스가 시작된다.

 

 

곶자왈 숲속에서 잠깐 리본을 놓쳤다. 이 길은 잠시만 한눈을 팔아도 길을 잃기 십상이다.

 

 

산악 훈련하듯 울창하고 약간은 무서운 곶자왈을 빠져 나오면 아주 정갈한 마을 무릉리가 반긴다.

 

 

 

 

11코스 종착지 무릉외갓집이다. 외출했는지 문이 잠겼다. 이 길을 걷는 동안 아무도 만나지 않았다. 온전히 혼자 전세 낸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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