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레길 10코스는 화순 금모래해수욕장에서 대정읍 하모체육공원까지 걷는 중간급 길이다. 제주 올레길을 추천하라면 이 길이 첫 번째다. 제주 색깔을 가진 땅을 제대로 느낄 수 있는 길이다. 약 6시간 정도의 코스인데 걷다가 풍경에 꽂히면 한참을 머물곤 했더니 8시간 가까이 걸렸다.
예전에 송악산에만 잠깐 올랐다 간 적이 있다. 느긋하게 송악산에서 바라 본 바다도 좋고 마늘밭, 보리밭, 감자밭이 펼쳐진 들길도 좋다. 일제 강점기와 제주 4.3 사건을 돌아보게 하는 유적도 여러 곳 있다. 걸어야만 보이는 풍경을 가슴에 담기에 좋은 길이다. 혼자 걷기를 참 잘했다는 생각을 한다.
수퍼에서 물과 캔커피 등 약간의 간식을 샀다. 비가 한두 방울 떨어지기 시작한다. 오늘 날씨 맑을 거라 했어요. 주인이 위로한다.
빗방울 떨어지는 해변을 혼자 걸었다. 금모래 해수욕장, 이름도 예쁘다. 아무도 없는 해변을 오늘 혼자 전세를 냈다.
산방산을 바라보며 걷는 길이 한가롭기 그지 없다. 영산암이라는 작은 절 입구가 나온다. 지나칠 수 없어 올라갔다.
암자에서 잠시 머물다 내려오니 신기하게 날씨가 좋아진다. 출발할 때 수퍼 할머니 말이 제대로 맞았다.
어제 둘레길을 걷는 동안 한 사람도 만나지 못했는데 마늘밭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보인다. 말소리를 들으니 전부 외국인이다.
제주 들길에 취해 쉬엄쉬엄 걷다 보면 어느 새 사계항에 도착한다. 아주 예쁜 포구다.
불과 몇 시간 사이에 날씨가 이렇게 바뀐다. 아름다운 사계 해변에서도 여전히 혼자다.
산이물을 지나 송악산에 올랐다. 예전에 왔을 때는 비가 왔는데 오늘은 날 제대로 받았다. 가슴이 뻥 뚫린다.
송악산을 내려오면 근대 역사를 둘러 볼 수 있는 길이 나온다. <다크 투어리즘>이라는 팻말을 뒤로 하고 산길과 들길을 번갈아 걷는다. 사색하며 걷기에 좋은 조용한 길이다.
보리밭, 무우밭, 배추밭, 감자밭 등이 끝없이 펼쳐지는 들길을 혼자서 걸었다. 멋진 풍경 제대로 보았다.
모슬포 하모 해수욕장에 오니 다시 날씨가 흐려진다. 오늘 여러 해변을 만난다. 텅 빈 해변을 언제 혼자 걸어 보겠는가.
운진항을 뒤로 하고 올레길은 대정읍 시내로 들어선다. 볼거리가 참 많았던 10코스 종착점이 멀지 않았다.
드디어 10코스 종점이다. 대정읍 하모체육공원 옆에 올레 안내소가 있다. 걷기에 참 괜찮은 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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