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곱 步

제주 올레길 10-1 코스. 가파도

마루안 2019. 5. 2. 19:48

 

 

가파도 가는 날이다. 가파도는 올레길 10-1코스로 부른다. 우도가 1-1코스라 하듯 가파도를 10코스의 일부로 넣은 모양이다. 날씨가 흐리고 바람이 조금 세게 부는 날이다. 가파도는 오래전에 간 적이 있다. 30여년 전에 제주에서 약 1년 정도 살았는데 가파도를 갔었다.

 

그때는 배편이 하루에 두 번뿐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이후 마라도는 두세 번 갔으나 가파도는 기회가 없었다. 섬은 그대로인데 풍경이 변했다. 물론 나도 변했다. 가파도는 거의 평지에 가까운 섬으로 바람길 따리 무작정 걸어도 좋은 곳이다.

 

가파도 가는 배는 운징항에서 매시간마다 있다. 청보리 축제 기간에는 거의 30분 간격으로 있다고 한다.

 

 

가파도는 그리 큰 섬이 아니라서 코스를 정해 놓고 걸을 필요는 없다. 그냥 발길 닿는대로 쉬엄쉬엄 걸으면 된다

 

 

해변길을 걷다 바라보면 바로 제주 본 섬이 보인다. 우리 땅이 그리 좁은 편은 아니다.

 

 

 

종일 바람을 타는 이 작은 섬에도 살다간 사람들의 자리가 있다. 이장을 했는지 봉분이 사라진 곳도 있었다.

 

 

 

 

 

마을 구경 하기 전에 먼저 보리밭을 둘러 보기로 한다. 보리밭을 보년 배고프던 어릴 적의 향수를 불러 일으킨다.

 

 

 

청보리도 있고 이미 익은 보리도 있다. 바람이 불 때마다 사각거리면서 흔들리는 보리밭 소리가 장관이다.

 

 

 

 

보리밭 사이로 바람이 지나간다. 문득 감동적이었던 켄 로치 감독의 영화 보리밭을 흔드는 바람이 생각난다.

 

 

 

바람이 말했다. '아무말도 하지 말고 그냥 걸어' 보라색 무우꽃인가. 장다리꽃이라고 했던가. 아무튼 꽃은 꽃이다.

 

 

 

 

 

 

보리밭을 실컷 구경 하고 마을길 탐색에 나선다. 빈집도 보이고 생각보다 고요하고 한가로운 마을이다.

 

 

 

 

 

 

 

 

 

 

아기자기한 마을에 자그만한 절도 있다. 부근에 학교가 있는지 초등학생들 함성 소리가 들린다.

 

가파도에 절이라니,, 개신교는 쪽수로 신앙심을 잰다던데 이 절 신도는 몇 명쯤 될까. 마당에 꽃나무가 있는 소박한 절이다.

 

 

 

 

모슬포로 돌아가는 뱃시간이 다 되었다. 마을 길을 뒤로 하고 항구에서 배를 기다리며 마신 캔커피가 왜 그리 맛있던지,, 인생이란 알 수 없어서 이 섬을 또 오게 될런지는 모르겠다. 이 땅에 둘러 볼 곳이 얼마나 많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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