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코스는 표선 해수욕장에서 남원 포구까지 걷는 길이다. 예전에 이 길을 걸은 적이 있는데 이번에 걸을 때 보니 코스가 조정 되었다. 다시 걷고 싶을 정도로 좋은 코스가 사라져 아쉬웠다. 초반 해변을 걸을 때 바람이 조금 세긴 했어도 걷기에는 무리가 없었다. 4코스는 휠체어 코스도 있고 전 구간이 대부분 해변길이다. 다소 밋밋했지만 바람 타는 코스려니 하면서 걸었다. 이런 길이 내 취향은 아니지만 올레길 중에 가장 무난한 코스다. 약 6시간 소요.
지루하게 이어지는 포장 도로를 걷다가 변기 화분을 만났다. 미소를 자아내게 하는 주인의 센스가 빛난다
제주 올레길은 어느 코스든 대중교통과 연계가 잘 되어 있는 편이다. 그래서 해찰 부리다 코스를 다 걷지 못해도 걱정할 일이 없다. 내 경우 1~4코스를 걷는 동안 성산에 숙소를 정하고 201번 버스로 매일 이동을 했다. 그날 걷기를 마무리 하고 부근에서 잔 것이 아니라 걷기가 끝나면 성산포로 돌아가 자고 이튿날 전날 끝난 길에서 다시 시작하는 일정이 여러 날이었다.
올레길을 걷다 보면 이렇게 앉을 곳을 만난다. 쉴 곳을 발견하면 일단 쉬었다 가자는 게 나의 걷기 여행 철칙이다
올레길을 걸을 때 탐방객이 버리고 간 쓰레기를 자주 발견한다. 나는 두 겹의 검은 비닐 봉지를 배낭에 넣고 다닌다. 마신 캔은 발로 밟으면 납작하게 부피를 줄일 수 있다. 가능한 적게 먹고 적게 쓰고, 자기 쓰레기는 가져 가는 것이 탐방객의 예의다. 최대한 다녀간 흔적을 남기지 않는 것 또한 걷는 자의 기본이다.
오는 봄과 지나 간 가을을 함께 느낄 수 있는 풍경을 만났다. 4코스도 얼마 남지 않았다.
이 길은 가다 멈추다를 반복하게 만드는 아름다운 길이다. 바람 때문에 오래 서 있지 못해 아쉬울 따름이다.
파도 소리가 들렸다 멀어졌다 하는 길이 한동안 이어진다. 이런 길이 걸을 때의 행복이다.
4코스를 마쳤다. 깔끔하게 생긴 올레 안내소가 있다. 들어가진 않고 한쪽 그늘에 앉아 한동안 바다를 구경했다. 줄곳 해변길을 걸어면서 얼굴이 많이 탔다. 걷는 동안 어찌나 바람이 거센지 햇빛보다 바닷 바람에 얼굴이 더 탓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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