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곱 步

제주 올레길 3코스

마루안 2019. 3. 29. 22:38

 

 

3코스는 온평 포구에서 표선 해수욕장까지 이어지는 다소 긴 코스다. 전날 2코스 끝나갈 무렵 갑자기 쏟아진 비 때문에 서둘러 걷느라 제대로 사진을 찍지 못했다. 기록을 위한 여행이 아니어서 다행이다. 밤새 비가 오락가락 하더니 아침에도 잔뜩 흐렸다. 숙소에서 제공하는 아침을 든든히 먹고 비옷도 단단히 챙겨 조금 일찍 나섰다.

 

3코스는 중간에 두 개로 나눠진다. A코스는 해변을 걷다 산간 마을로 들어가는 길이고 B코스는 줄곳 해변길을 걷는다. 나는 당연 길고 험한 A코스를 택한다. 이 길은 바닷길과 전통 제주 산중마을을 만날 수 있는 보기 드문 길이다. 코스가 길어서 체력이 약한 사람은 힘들 수 있다. 그래도 강력 추천하는 길이다.

 

 

 

 

 

흐린 하늘에서 이따금 빗방울이 떨어지기도 하는 해변길을 한동안 걷는다.

 

 

 

바닷가 풍경을 감상하며 걷다가 A코스 들어가는 갈림길 표지판을 놓쳤다. 지나가는 마을 사람에게 물었는데 엉뜽한 길을 알려줬다. 30분쯤 가다 아무래도 이상해서 다시 원점으로 돌아와 리본을 겨우 찾았다. 올레길은 마을 주민들이 더 모른다. 지도를 믿는 게 더 안전하다.

 

 

A코스는 바닷길을 걷다가 큰 도로를 건너서 난산리 가는 길로 들어가야 한다. 리본을 놓쳐 한참을 해맸다.

 

 

한참을 걷다 보니 드디어 난산리다. 제주의 정형적인 산골 마을 정취가 남아 있는 마을이다. 돌담길이 아주 예쁘다.

 

 

 

둘레길은 통오름, 독자봉 등 몇 개의 작은 오름을 오르거나 우회하는 길이 계속된다. 사람보다 무덤을 더 자주 만난다.

 

 

 

독자봉에서 바라본 성산 방향이다. 흐릿하지만 멀리 일출봉이 보인다.

 

길을 걷는 동안 이쁘고 정갈한 무덤을 자주 만난다. 고단했던 삶 이제는 편안하시라고 바람도 잔잔하다.

 

 

버려진 무밭이다. 제주 무가 참 유명한데 올해는 풍년이어서 제 값을 받지 못해 아예 갈아 엎은 곳이 많았다. 아깝다는 생각에 제일 작은 것으로 골라 껍질을 벗겨 한 입 깨물었다. 조금 시들었지만 달고 시원한 것이 거의 배맛이다.

 

 

 

드디어 삼달리에 도착했다. 이곳은 두모악 갤러리가 있는 곳이다. 산간 마을치고는 그런대로 큰 편이다.

 

두모악은 사진가 김영갑 선생이 폐교된 초등학교를 사진 갤러리로 개조한 공간이다.

 

사진 감상도 하고 무인 카페에서 커피도 마시면서 약 한 시간 정도 머물렀다. 걷기 여행 중의 호사다.

 

 

 

초반에 갈라졌던 올레길이 A코스와 B코스가 다시 만나는 신풍 포구다. 여기서부터 내내 해변길이다.

 

 

 

제주가 섬이라는 것을 잊게 만들 정도로 거대한 초원이 펼쳐지는 신풍 목장이다. 날씨가 맑아지니 바람이 거세게 불기 시작한다. 모자가 날려 쓰지 못할 정도로 거센 바람이다.

 

올레길은 한동안 파도소리 들으며 걸을 수 있는 바닷길이 이어진다. 

 

 

 

신천리 지나 배고픈 다리에 도착한다. 해변도 아름답고 다리 이름도 예쁘고, 3코스는 참 볼 것이 많다.

 

 

 

해신당 지나 드디어 3코스 마지막인 표선 해수욕장에 도착했다. 사람이 없어 모래에 난 발자국은 내 것이 유일하다.

 

 

 

 

3코스 종점과 시작점에 올레 안내소가 있다. 나는 들어가 보지 않았으나 기념품도 팔고 지도나 정보도 얻을 수 있단다. 3코스는 다소 길어 완주하고 나니 다리가 뻐근하다. 그래도 볼거리가 많아 걷는 동안 지루할 틈이 없었다. 또 걷고 싶은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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