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덟 通

장사익 소리판 - 자화상 七

마루안 2019. 3. 10. 19:26

 

 

인천에서 10대 사춘기 시절을 온전히 보냈다. 그때부터 알고 지낸 내 친구 중에는 인천 토박이들이 몇 명 있다. 이 공연도 그 친구 중 하나가 예매한 공연을 함께 본 것이다. 우연이었다. 예전에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장사익 공연을 본 감상을 이 친구에게 말한 적이 있다.

 

그때 친구가 나중 기회가 오면 자기도 꼭 장사익 공연을 보겠노라 했었다. 공연 날 아침에 문자가 왔다. 오후에 열리는 장사익 소리판에 올 수 있냐는 거다. 장사익 공연을 모르고 있었기에 귀가 솔깃했으나 다른 일정이 있어서 바로 약속을 할 수 없었다.

 

1시간 후에 답을 주겠다 하고 일정 수정에 들어갔다. 양해를 구했더니 바로 양보해준다. 내가 장사익 왕팬임을 알고 있기에 가능했다. 공연장에 가기로 약속하고 나서 두어 시간쯤 지나 다시 친구에게 전화가 왔다. 한 사람 더 데려올 수 있냐는 거다.

 

친구는 가족 네 명이 갈려고 예매를 했는데 한 사람이 못갈 형편이 되자 나중 다른 사람도 못 가겠다고 한 모양이다. 인천에 사는 내 누나가 생각나서 바로 그러겠노라고 했다. 그냥 내가 표값 두 장을 지불하기로 하고 계좌번호 찍어 달라고 했다.

 

장사익 소리판은 한정판 공연이기에 기회 있을 때 봐 줘야 나중 후회가 생기지 않는다. 어느덧 장사익 선생도 칠순이다. 여전히 목청은 에너지가 넘친다. 무대 매너 또한 좋다. 심수봉을 좋아하는 내 누이는 장사익 공연을 낯설어 했지만 좋았다고 했다.

 

장사익 선생은 노래 속에 온전히 인생을 담아 낼 줄 아는 사람이다. 중절모가 어울리는 중년에서 노년이 되었지만 여전히 중절모가 어울린다. 탁한 듯 맑은 목청으로 내지르는 고음에서 청중은 숨이 막힐 지경이다. 소름 돋는 노래다.  좋은 친구 덕분에 좋은 공연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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