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덟 通

그림자 든 골목 - 강재훈 사진전

마루안 2019. 2. 2. 19:46

 

 

 

눈여겨 보고 있는 사진가였는데 참 좋은 전시를 봤다. 강재훈은 한겨레신문사에서 오랜 기간 일하고 있는 저널리즘 사진가이기도 하다. 이번 전시는 보도 사진에 더해진 예술 사진이다. 전시장도 비교적 넓고 작품 또한 방대해서 실컷 좋은 사진을 감상할 수 있었다. 

 

사진 속의 공간은 내게도 익숙한 공간이다. 아현동, 북아현동, 중림동, 만리동 등 개발 되기 이전에 지인들이 살던 곳이어서 자주 갔던 곳이다. 이후에도 울적할 때면 짧은 여행 삼아 만리동 고개를 넘어 청파동으로 이어지는 골목길을 자주 걸었다.

 

골목길 사진 하면 김기찬 선생이었다. 줄기차게 골목길을 카메라에 담아 여러 권의 골목길 사진집을 남겼다. 김기찬 선생의 뒤를 이어 강재훈이 골목길을 담고 있다. 이 전시에 나온 사진들에 담긴 공간은 사라진 골목길이다. 

 

주거 공간이 아파트로 바뀌면서 골목길도 점점 사라지고 있다. 골목길이 어디 이곳에만 있으랴만 중림동, 아현동의 골목은 평평하고 반듯한 골목길이 아닌 가파르고 휘어진 골목길이다. 재개발로 집을 들어내자 골목길은 자동으로 사라졌다.

 

자전거나 리어카가 세워져 있고, 야채 장수 안내 방송이 울리던 골목이었다. 겨울밤이면 메밀묵과 찹쌀떡 장수 목소리도 들렸다. 아이들의 고무줄 놀이와 말타기로 시끄럽던 골목이었다. 한번 사라진 골목길은 돌아오지 않는다. 이런 사진에 위안을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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